[사사건건]6개월 조사 끝에 "박원순 성희롱은 사실"…남겨진 숙제는

이소현 기자I 2021.01.30 09:17:00

'공소권 없음' 사건..인권위 조사로 사실로 인정
수사권 없어 성추행 방조·피소 유출은 확인 못해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유족, 진상규명 촉구
소급 없는 손실보상..다시 거리로 나온 자영업자들

이데일리 사건팀은 한 주 동안 발생한 주요 사건들을 소개하고 기사에 다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독자 여러분에게 전해 드리는 ‘사사건건’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까지. 이번 주는 반복해 일어나는 권력형 성범죄 사건이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인권 변호사이자 여성 운동가였던 선출직 고위공직자와 젠더 이슈에 누구보다 큰 목소리를 냈던 진보 정치권 기대주가 행한 사건 자체가 주는 충격 못지않게 이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수준도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3년 전 국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촉발한 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피해자의 용기에 연대하는 것과 함께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피해자가 일상으로 회복하는 것을 돕는 것. 법과 제도에 규정된 피해자 보호와 진상 규명이라는 원칙을 지켜나가는 일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겨진 숙제로 되새겨야 할 대목입니다. 이번 주 키워드는 △국가인권위원회, ‘박원순 성희롱’ 인정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진상규명 △자영업자 손실보상 소급적용 논란 등입니다.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늦은 밤 보낸 부적절한 사진”…인권위, ‘성희롱’ 인정

인권위는 지난 25일 “박 전 시장이 업무와 관련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이 맞다”고 발표했습니다. 작년 7월 박 전 시장이 사망하고, 피해자가 조사를 요청한 지 6개월 만에 나온 결과입니다.

잇따른 권력형 성범죄 사건과 다른 점이라면 박 전 시장이 의혹에 대해 해명 혹은 사과하기 전에 죽음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공소권 없음’으로 법적으로 어떠한 처벌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돼버린 겁니다.

앞서 경찰은 46명을 투입한 대대적인 수사에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박 전 시장의 사망 전 발언을 공개하면서 사건의 정황은 제시했으나 형사적 판단은 유보했었죠.



피해자는 피해를 부정하는 뉘앙스를 풍기는 ‘피해 호소인’으로 불리기도 했었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피해자의 실명과 얼굴도 노출됐었습니다. 피해자는 인권위 발표 이후 “4년 동안 많이 힘들었다. 지난 6개월은 더 힘들었다”며, 고통스러운 소회를 밝힌 것도 이러한 ‘2차 가해’ 과정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가해자가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일방적 주장으로 묻힐 뻔했던 사건이 국가기관인 인권위 조사에 따라 객관적인 사실로 인정된 점은 큰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피해자의 피해를 부정하고 의구심을 제기한 이들이 뒤늦게 사과의 뜻을 표명했습니다. ‘피해 호소인’으로 부를 것을 주장했던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습니다. ‘피해 호소 직원’으로 지칭했던 서울시는 “인권위 조사 결과를 쇄신의 계기로 삼아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수사권이 없는 인권위는 성폭력 묵인·방조한 의혹과 피소사실 유출에 대해서는 객관적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는데요.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변호인단·피해자 지원단체는 “이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질 시간”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고발된 남 의원과 김영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에 대한 수사에서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사건 범인 누명에서 벗어난 윤성여(왼쪽 넷째)씨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총체적인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살해된 딸, 30년 동안 기다려”…경찰이 시체 은닉

30년 만에 진상이 드러난 ‘화성 연쇄 살인’을 모티브로 만든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을 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영화 속 어설프고 비과학적인 수사방법은 물론, 무고한 용의자를 불법적으로 연행해 폭행하며 고문하는 모습과 어이없게도 사건 현장을 훼손하는 과거 한국 경찰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 국내 최대의 미제사건은 발전한 과학수사 덕분에 2019년 재수사를 시작해 DNA로 범인을 잡았습니다. 우리 사회에 “범인은 반드시 잡힌다”는 교훈을 줬고, 사건명은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변경됐습니다. 그러나 미제 사건 기간에 용의자가 되어 수사를 받은 사람들이 공권력으로부터 받은 피해에 대한 진실규명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투입된 경찰 인력만 연간 200만명, 용의자로 선정되어 정식 수사 대상으로 올랐던 사람만 2만1280명에 달합니다.

8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하다가 최근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윤성여씨는 지난 25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촉구했습니다. 1989년 이춘재에게 살해됐으나 경찰의 사체은닉으로 30년 넘게 단순 실종사건으로 남아 있던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의 피해자 김현정양의 아버지와 19세 나이로 9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허위자백을 했다가 DNA 검사로 풀려난 고(故) 윤동일씨(1997년 사망)의 친형도 함께했습니다. 당시에는 수사 관행이었다고 하지만 현재 기준에서 보면 공권력 오용인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에 대한 진실규명이 이뤄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중소상인시민단체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집한제한·손실보상 관련 요구사항 전달 합동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소현 기자)
소급 없는 손실보상 논의에 성난 자영업자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한쪽에서는 코스피 3000을 넘기고, 강남 아파트 값은 두 배 이상 뛸 정도로 부를 축적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방역 조치에 따라 이뤄진 영업 금지와 제한으로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이어집니다.

현대판 신문고인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는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요구하는 자영업자의 민원이 들끓고 있습니다. 집합 금지·제한 조치를 받아온 업종의 자영업자들은 지난 28일 혹한 속에서도 거리로 나와 “자정까지만이라도 영업하게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소급 없는 손실보상을 논하고, 일단 4차 재난지원금으로 갈음하겠다는 당정의 입장에 “죽어가고 쓰러져가는 자식들을 위해서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수술을 하지 않겠다는 무책임한 가장”, “나라의 곳간이 비어가는 것은 걱정하면서, 국민의 곳간은 비게 만드는 관료”라고 핏대 세워 성토하던 사장님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합니다.

‘제한’만 있고 ‘보상’은 없는 코로나19 영업제한 조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에 반발한 자영업자들의 손해배상과 헌법소원 청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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