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이주의 입법보고서]아동학대 대응 지적했지만‥정인이 숨진 뒤에야 입법

김겨레 기자I 2021.01.09 09:00:00

국회 입법조사처, 지난해 아동학대 보고서 발간
경찰 초동조치 미흡 지적…지구대 교육 강화 권고
학대 행위자 조사 거부 땐 벌금보다 사회봉사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3번의 아동학대 신고에도 부실 수사로 숨진 16개월 아기 정인이를 방지하기 위한 이른바 ‘정인이법’이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8월 이미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경찰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지만 입법은 정인이가 숨진 다음에야 이뤄졌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입법조사처의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과제와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아동학대사례 2만4604건 중 고소·고발 등의 사건처리 건수는 7988건에 불과했다. 경찰수사 사례 3038건 중 내사종결이 379건, 검찰수사 1807건 중 불기소가 521건, 법원 판결 사례 총 1705건 중 불처분은 273건이었다.

경찰을 통한 신고접수와 관련해 지구대 경찰의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부족, 정보 오류 등으로 초동 조치가 미흡한 사례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A 사례관리팀장은 보고서에서 “아동학대를 아동의 문제행동에 대한 훈육으로 인식해 초동조치가 미흡한 경우가 있다”고 했고, B 관장은 “지구대의 인식이나 민감성이 낮다 보니 (사건을) 자체 종료해 버리기도 한다”고 했다.

정보 오류 등의 사례도 빈번했다. C 현장조사팀장은 “경찰이 정보를 준 자료에 연락처 오류나 행위자 이름이 완전히 바뀐 경우도 있다”고 했고, D 현장조사팀장은 “(아동학대) 행위자와 신고자의 연락처가 교차돼 기록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또 고소·고발에도 수사, 기소, 처분, 처벌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C 현장조사팀장은 “처벌은 거의 없다. 성학대나 신체적 폭력 같이 위험수위가 높고, 살해나 중상까지 갈 정도면 처벌까지 간다”며 “그렇지 않고 가정폭력이나 대부분의 학대는 상담이나

교육명령 같은 처분형태로 마무리 된다”고 했다. B 관장은 “재판까지 가더라도 대부분의 판사가 ‘반성하니까 불처분합니다’고 한 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입법조사처는 아동학대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하게 되는 지구대 경찰이 대처 요령을 의무적으로 교육받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아동학대 신고 의무를 특정인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또 학대 행위자가 조사를 거부할 땐 벌금형보다 사회봉사명령을 병과하는 것이 낫다고 분석했다. 과태료는 취약계층의 경우에는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반면 중산층의 경우에는 실효성이 적다는 단점이 있어서다.

경찰 뿐 아니라 검찰과 법원 등 사법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인식 제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사법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최소한의 보호처분이 나오지 않을 경우 오히려 학대행위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하여 서비스 제공을 더욱 어렵게 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학대행위자에 대한 고소고발은 학대피해아동에 대한 보호서비스를 진행하기 위한 마지막 법적 수단으로서 이루어지는 조치인 만큼, 사건처리 절차에 관여하는 공무원의 아동학대 인식제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인아 미안해`

- 경찰, 정인이 외할머니 수사…살인 방조 혐의 - 정인이 양모가 쓴 일기엔…“멍멍이 진상 많이 부리네” - 정인이 양모 세 번째 반성문…"남편은 학대 몰랐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