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의원은 지난 22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한 전시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경기 파주출판도시에서 지난 9~18일 진행한 ‘BOOK(北) 읽는 풍경 전시회’로, 출판 및 독서 문화를 통해 북한을 이해하자는 취지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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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의원은 “이 책은 북한의 체제를 미화하고 어린이 독자에게 남한과의 동일시를 유도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이 지적한 내용으로는 ‘오히려 독재자니까 더 스트레스가 있지. 뭐든 남한테 맡길 수 없고 혼자서 다 결정해야 하니까’와 ‘특별한 체제를 선택했기에 당당해 보이려고 살을 찌웠다’ 등이다. 배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고충을 어린이들이 이해하라는 의도가 담겼다”고 비판했다.
또 ‘두 나라 모두 민주주의를 주장하고 있으므로 비슷한 점도 있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조선인민주의공화국이 같은 민주주의인지, 북한과 남한 체제가 동일한지 궁금하다”며 문체부에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배 의원은 전시장 입구에 적힌 ‘해방 직후 북에서도 대대적인 까막눈 퇴치 운동이 벌어졌고 어려운 경제 현실에도 출판 활동에 힘을 쏟았다…이는 남쪽의 모습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는 문구를 두고 “북한의 조선노동당의 지도 하에 진행되는 출판과 남한의 출판문화가 같은가”라고 물었다.
이런 지적에 출판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배현진 의원이 책의 전체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오해가 될만한 부분만 편집해 북한을 미화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출판인회의 측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하기 위해 비유를 든 몇 가지 단편적 문구만으로 책 한 권을 ‘북한미화’ 올가미를 씌웠다”고 비판했다.
출판계에서는 배 의원이 지적이 출판에 대한 검열이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옛날 출판 탄압의 시대에 검열관들이나 하는 행태를 현직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버젓이 보여줬다”고 말했다. 출판인회의 측도 “전시 도서 목록과 심의위원 명단을 제출하라고 한 배현진 의원의 발언은 헌법 21조의 출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최근 ‘나다움 어린이책’ 논란에 이어 어린이책이 계속 정치에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출판 관계자는 “설사 책의 일부 내용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출판을 검열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사용해선 안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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