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없는 네이버통장…카뱅은 5일만에 100만. 네이버는 두달간 40만

김유성 기자I 2020.08.06 06:00:00

카카오 계열 금융사 성장세와 비교하면 기대에 못 미쳐
일반 금융사 CMA 유치 건수와 비교하면 거대 영향력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네이버의 금융사업 부문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야심 차게 선보였던 ‘네이버통장’(네이버 CMA 통장)의 가입자 수가 출시 두달동안 40만명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빅테크 선두주자인 네이버가 직접 뛰어든 금융상품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초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 금융상품 성과 밑도는 네이버통장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통장 가입자 수는 8월초 기준 35만~4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6월8일 첫 선을 보인 네이버통장은 출범 첫달 27만 가입자를 모았지만, 7월에는 절반 수준인 13만명의 가입자를 모은 데 그쳤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과 협력해 만든 CMA 통장인 데다 아무 조건없이 연 3% 수익률을 지급한다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 기세가 한달만에 약해진 모습이다.

네이버통장의 성적표는 카카오뱅크 및 카카오페이와 비교해서도 크게 떨어지는 실적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7년 7월 서비스 시작하자마자 단 5일만에 100만 가입자를 유치했다. 올해 증권사 예탁금 계좌를 열기 시작한 카카오페이의 증권계좌도 출시 후 4개월만에 140만(2020년 6월말 기준) 가입자를 넘어섰다.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여수신 상품을 전부 취급할 수 있고, 카카오페이 증권계좌가 카카오페이 충전·송금 서비스와 연계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초반 실적의 차이가 크다.

핀테크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넷 서비스의 경우 고객이 생각하는 맥락을 잘 따라가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네이버통장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며 “소비자는 네이버통장을 네이버쇼핑을 위한 도구로 인식했을 뿐 아직 진짜 금융상품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일각에서는 네이버 플랫폼의 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네이버가 내놓은 서비스가 전부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전략의 차이가 초반 실적을 갈랐다는 평가도 있다.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증권사 라이센스를 확보한 상태에서 금융업에 뛰어들었다. 자신들의 서비스에 맞게 사용자환경(UI)을 최대한 단순화시킬 수 있다. 인증 절차 등도 간소화할 수 있다.

반면 네이버는 외부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금융사업을 진행한다. 신속한 사업 착수가 가능하고, 다수의 사업자로 파트너를 확장할 수 있지만, 네이버가 단순 중개업자로 머문다는 점은 한계가 있다.

특히 사용자 입장에서는 네이버만이 가지는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은행이 아닌 네이버를 통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때 번거로운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한계가 남아 있다.

40만이 적어?…CMA 가입자 중 절반이 네이버發

그럼에도 네이버는 국내 금융업에서 이미 ‘큰 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금융사업자가 아닌 한계에도 불구하고 40만 가입자 유치가 결코 작은 숫자로 폄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0년 6~7월 국내 CMA 계좌 순증수는 98만6903건이었다. 네이버통장 출시 전인 2020년 4~5월 순증 숫자가 30만72개다. 네이버통장이 출시되고 국내 CMA 계좌 순증 숫자가 3배로 뛴 것이다. 네이버통장 가입에 따른 CMA 유입자 증가 효과는 뚜렷했다는 뜻이다.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와 비교해 초반 실적이 부진하다고 해서 네이버의 폭발력을 과소평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녹색창이라는 검색 파워와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와의 연계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면서 “금융회사 입장에서 네이버는 가장 두려운 존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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