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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신드롬]"포기는 없다"…N포세대 '학습된 무력감' 깬 정현 돌풍

김정민 기자I 2018.01.26 06:30:00

약시를 이겨내고 ‘자이언트 킬러’ 로 우뚝
현실안주 하기보다는 더 높은 곳 목표로 정진
도전보다 포기 익숙한 20대에 도전정신 일깨워

사진제공=뉴시스
[이데일리 김정민 김보영 기자]“졌지만 잘 싸웠다.” 정현(22·세계랭킹 58위·삼성증권)의 승부욕을 자극한 한마디다. “졌으면 잘 싸운 게 아니다. 이겨야 잘 싸운거지.” 1년 전 호주 오픈 2회전에서 그리고르 디미트로프(세계랭킹 3위·불가리아)와 접전 끝에 패한 정현은 다짐했다. “다음에는 더 높은 곳으로 간다.”

정현 신드롬이다. 한겨울에 테니스장이 붐비고, 테니스 용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정현처럼 입고, 정현처럼 운동한다. 세계 강호를 연파하며 호주 오픈 4강에 안착한 정현의 승전보에서 40대는 20년전 박세리와 박찬호를, 30대는 10년전 김연아와 박태환을 본다.

그러나 정현의 도전을 함께 응원하면서도 20대는 정현에게 거는 과도한 기대를 걱정하고 그와 나는 다르다고 믿는다. 거듭된 좌절의 경험이 만든 ‘학습된 무력감’이다. 그러나 약시를 이겨내고 ‘자이언트 킬러’(AFP통신)로 우뚝 선 정현의 성공스토리를 통해 좌절에 익숙한 20대에게 도전의식을 일깨우고 있다.

회사원 강모(29)씨 “세간의 지나친 기대가 정현 선수 본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세간의 지나친 압박과 기대감에 짓눌려 뛰어난 실력이 녹슬어버리고 어느 순간 사회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버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했다.

대학생 정모(22·여)씨는 “같은 나이의 젊은 세대로서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다른 세상 이야기란 생각이 많이 든다. 정현 선수처럼 천부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지니지 않은 이상 돈이나 명예, 가족 등 외부적 배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사회이지 않나”고 말했다.

스포츠는 찬란하다. 3040세대들은 박세리, 박찬호, 김연아, 박태환을 응원하며 하나가 됐고 그들의 성공이 우리의 미래라 믿었다. 대한민국은 IMF 외환위기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등장한 스포츠 스타들에게 열광했고 그들의 도전과 성공을 지켜보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회사원 권모(45)씨 “어린 청년이 척박한 국내 스포츠 환경에서 홀로 고군분투해 세계를 빛내고 국가적 위상을 높여주는 게 얼마나 기특하고 대단한가”라고 반겼다.

주부 양모(47)씨 “벌써부터 ‘아이에게 테니스를 가르쳐 볼까’ 고민하는 엄마들이 나온다. 그만큼 모두에게 이 젊은 청년 한명이 우리들에게 기쁨과 희망이란 선물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 교수는 “과거에는 드라마 속 멋진 주인공, 뛰어난 스포츠 선수의 활약 등을 보면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저들이 해냄으로써 가져오는 ‘대리만족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정현 선수를 보며 ‘딴 세상 이야기’라며 거리를 두는 청년들이 많아진 것은 대리만족감을 느낄 심적 여유마저 남아있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곽 교수는 “지금 20대는 겪은 좌절이 너무 많아 포기에 익숙한 세대가 됐다. 이런 변화가 안타까운 것은 포기에 지나치게 익숙해져버리다보니 조금만 도전하면 뜻을 이룰 수도 있을 사안에마저 도전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강해질 우려가 있다. 학습된 무력감을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 韓 테니스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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