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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진 친구 살렸어요"…설카타 육지거북의 '의리'

양지윤 기자I 2020.10.23 06:00:00

파충류, 본능 우선 교감은 드문 일
"진로 방해돼 밀었을 수도…야생에선 친구 돕는 모습 관찰"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설카타 육지거북 한 마리가 뒤집어져 아등바등 발버둥친다. 누가 거북이 아니랄까 봐 구조 요청도 느릿느릿한 몸짓이다. 이를 본 한 거북이 있는 힘껏 머리로 친구의 등껍질을 밀어 올린다. 뒷다리에 힘을 주고 야무지게 등껍질을 밀어 올리기를 여러차례. 동물원 울타리 밖에서 응원이 터져 나온다. “들어, 들어”, “와~” 관람객들의 응원에 기운을 받았는지 드르륵 등껍질을 들어 올리는 소리가 나더니 툭. 마침내 뒤집기에 성공했다.

서울대공원이 홈페이지 ‘대공원앨범’서 공개한 설카타 거북이 관련 영상 갈무리


서울대공원은 최근 새 방사장으로 이사한 설카타 육지거북이 뒤집어진 친구를 돕는 영상을 포착해 공개했다고 23일 밝혔다.

설카타 육지거북은 갈라파고스 코끼리거북, 알다브라 코끼리 거북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육지 거북이다. 평균 90cm까지 자라는국제멸종위기종이다. 중앙아프리카 건조 지역에 주로 서식하며 한국에선 민며느리발톱거북이라고도 불린다. 설카타(sulcata)는 라틴어로 고랑이라는 뜻으로 등껍질의 모양이 고랑처럼 패여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른 거북이 종과 달리 설카타 육지거북은 등껍질이 높아 스스로 몸을 뒤집지 못한다. 몸을 뒤집지 못하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물을 마실 수 없다. 특히 야생에서는 변온 동물임에도 뜨거운 햇빛 아래 그대로 노출돼 말라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

파충류는 교감보다는 본능이 우선인 동물이다. 사육사들도 거북이의 이타적인 행동은 직접 목격한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번 영상은 드문 경우라는 게 서울대공원 측의 설명이다.

거북이가 뒤집어지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도와준 것일 수도 있고, 앞으로 나가는 길에 방해돼 밀어보는 모습이 도와주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한다. 친구를 구한 거북이의 심중은 알 수 없지만 영상을 보면 분명히 거북이가 친구를 도와주는 감동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야생의 설카타의 경우에도 친구를 돕는 모습이 관찰된 적이 있지만 사람의 성격이 다르듯 개체마다 다르고 이런 행동에 대해 자세히 연구된 적은 없다”고 전했다.

이번 영상은 서울대공원 홈페이지 ‘대공원앨범’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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