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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용`분할 재상장 급증…주가 옥석가리기 필요

정수영 기자I 2017.06.18 10:02:44

기업분할 공시 올해 50건으로 늘어
재상장 신청 기업 6곳..작년 세 배
BGF리테일, 현대중공업 등
지주사전환 공시에 주가 하락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기업을 인적분할로 나눈 뒤 지주사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한동안 분할후 지주사 전환이 주가 상승의 지름길처럼 받아들여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도 나오는 등 롤러코스터 양상이다.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권고가 나오고 있다.

◇인적분할 최대 러시…공시 건수 약 두배 늘어

18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나온 기업분할을 결정한 공시건수가 모두 5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들 대부분이 지주사 전환을 목적으로 인적분할하는 경우로 분할후 연내 재상장 예비청구신청을 낸 기업도 6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곳)에 비해 크게 늘었다. 심사승인 후 실제 재상장한 곳도 9개사로 지난해 연간 기록(5개)을 이미 넘어섰다.

지주사로 지정되면 전환과정에서 현물출자, 주식교환 등으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과세를 지분 매도 때까지 연기할 수 있다. 또 대주주는 자사주를 이용해 자회사 의결권을 확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몇년 새 지주사로 전환한 기업이 급증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96개에 불과했던 지주사는 지난해 말 기준 162개에 이른다. 여기에 다음 달 시행을 앞둔 지주사 자산 요건 상향으로 중소형 상장사들이 지주사 전환을 위한 분할 재상장에 적극적이다. 현재는 자산 1000억원 이상이면 지주사 전환이 가능하지만 다음달부터는 5000억원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인 대주주 자사주 의결권 제한 등을 담은 상법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커진 것도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다. 법 개정 전까지는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과정에서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사업회사 신주와 교환해 지배체제를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대주주가 자사주를 이용한 권한 행사에 제약이 따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처럼 이미 자산이 5000억원을 넘는 기업이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는 것은 결국 자사주 의결권을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해석했다.

◇오르던 주가, 지주사 전환 공시에 ‘털석’

이렇다보니 최근 지주사 전환 공시를 한 롯데그룹이나 전환 가능성이 높은 현대차그룹 등은 공시와 소문만으로도 주가가 상승했다. 반대로 지주사 전환 이슈에 주가가 떨어지는 상장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BGF리테일이다. 지난 8일 투자회사 BGF와 사업회사 BGF리테일로 분할한다고 공시한 다음날 회사 주가는 8.33% 떨어졌다. 지주사 전환으로 실익보다 손실이 크다는 부정적 인식 탓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BGF리테일은 핵심사업인 편의점부문 영업이익 비중이 큰데다 이미 밸류에이션이 높아 분할후 오히려 적정 시가총액이 낮아질 수 있다”며 “분할 전 시가총액 6조8000억원에서 6조6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처럼 재상장 후 오르던 주가가 지주사 전환 발표로 떨어지는 곳도 있다. 이 회사는 기존 현대중공업을 사업분할한 뒤 지주사 현대로보틱스(267250)와 사업회사 현대중공업(009540), 현대중공업(009540), 현대일렉트릭(267260), 현대건설기계(267270)를 재상장했다. 재상장 첫 날인 지난달 10일 현대중공업 주가는 18만5000원으로 전거래일대비 14.97%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현대로보틱스가 지주사 전환을 위해 1조7000억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오히려 주가는 하락했다. 지난 13일 지주사 전환 공시 이후 현대로보틱스,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주가는 모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주사 전환 이슈로 주목받던 종목이 분할 재상장 후 주가가 빠져 고전하는 경우도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5일 재상장 후 16일까지 주가가 4.46% 떨어졌다. 재상장 첫날 매일유업은 시초가인 9만4000원 대비 9.3% 떨어진 8만5200원에 장을 마쳤다. 지주사 전환 이슈로 시초가가 9만원이 넘는 높은 가격에 책정되면서 부담이 커진 때문이다. 다만 지주사 역할을 할 매일홀딩스가 보유한 자회사 매일유업의 지분은 7.6%에 불과하다. 최소 20%까지 지분을 늘려야 해 이 과정에서 두 종목의 주가추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분할 재상장을 마쳤다해도 지주사 요건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면 주가흐름이 바뀔 수 있다”며 “사업 분할비율이 어떻게 책정됐는지, 분할 후 실적 전망과 매각 가능성 등을 꼼꼼하게 잘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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