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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자의 비사이드IT]애플 개인정보정책에 페북이 왜 '발끈'

장영은 기자I 2021.02.13 09:30:00

애플 iOS14에 추적방치 기능 새롭게 추가
사용자 웹사이트 방문기록 등에 접근 어려워져
맞춤형 광고 기반으로 하는 페북 등에 치명타
패북, 반경쟁적 소송 이어 반독점 소송도 준비

때로는 미발표곡이나 보너스 영상이 더 흥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말기와 IT업계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B-Side’ 스토리와 전문가는 아니지만 옆에서(Beside) 지켜본 IT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취재활동 중 얻은 비하인드 스토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알아두면 쓸모 있는 ‘꿀팁’, 사용기에 다 담지 못한 신제품 정보 등 기사에는 다 못 담은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애플 프라이버시 로고. 애플은 최근 사용자의 개인정보보호를 더 강화하는 내용의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사진= 애플)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세계적인 ‘IT 공룡’으로 불리는 미국 기업 애플과 페이스북이 최근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무슨 소리인가 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그러나 별로 부딪힐 일은 없을 것 같은 두 회사가 싸우는 이유는 애플의 새로운 개인정보보호 정책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말씀 드리면 애플은 올해부터 본격 적용되는 새로운 운영체제(OS)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어플리케이션(앱)이 어떤 개인정보를 추적하는지를 사전에 알리고 이를 허가할지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페이스북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우선 (페이스북 같은 대기업을 포함한) 중소사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고요, 다음으로는 애플같은 거대 플랫폼 업체가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린다는 겁니다.

(사진= 애플 개발자 홈페이지)


애플이 새로 도입하는 기능이 뭐길래

우선 애플이 도입하는 새로운 정책과 애플측 입장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애플의 최신 OS인 iOS14·iPadOS14·tvOS14에서는 광고를 위해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사용자 활동을 ‘추적’하려 할 경우 사용자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사용자 추적이란 타겟 광고나 광고 효과 측정을 위해 앱이 수집한 사용자의 데이터가 다른 기업의 앱이나 웹사이트 데이터에 연결되거나, 데이터 브로커에 제공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방문한 웹사이트, 쇼핑 정보가 해당 회사 혹은 관련된 회사에 정보로 제공될 수 있습니다. 또 20대 여성, 40대 남성이 이런 것을 구매하고 이런 이슈에 관심을 가졌다는 정보가 이를 필요로 하는 앱이나 웹사이트에 제공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애플의 새로운 정책 하에서는 사용자가 앱을 내려받는 페이지에서 앱이 수집할 수 있는 개인정보 데이터 유형과 해당 정보가 사용자 추적에 사용되는지, 사용자 신원정보나 기기에 연결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애플은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정책으로 사용자가 맞춤형 광고 같은 곳에 어떤 개인정보가 사용되는지 앱 사용 전에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에따라 앱이 과도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판단이 들면, 원하는 데이터만 선택적으로 승인하거나 앱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애플은 이같은 새로운 정책이 시종일관 강조했던 프라이버시 강화를 위한 행보의 하나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애플은 최근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 기능에 대해 설명하면서 사레로 페이스북 앱을 ‘꼭’ 집어 들기오 했다. (사진= 애플)


광고 기반 ‘페북’엔 치명타…“가만 있지 않을 것”

애플의 이같은 결정에 세계적으로 가장 ‘잘 나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이 즉각 반발합니다. 페이스북의 주 수익원이 바로 사용자 추적과 신원정보 결합 등을 통한 맞춤형 광고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정보 추적은 그동안은 사용자가 굳이 찾아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으면 앱을 깔면서 동의한 것으로 간주됐습니다. 하지만 이제 애플의 정책 변화로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동의해야만 개인정보를 추적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일단 표면적으로 보면 페이스북측 논리는 빈약해 보입니다. 그동안 사용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무단으로 이용했던 개인정보를 허락받고 사용하라는 것인데, 뭐가 문제냐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페이스북은 중소사업자들의 피해와 애플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을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페이스북은 물론 대부분의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사용자 추적을 통한 맞춤형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애플이 이를 정면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겁니다. 추적을 허용하지 않아도 어떤 식으로든 광고는 계속 뜨기도 하고요. 아울러 애플이 정작 ‘아이메신저’와 같은 자사 앱의 개인정보호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하면서 전방위적 공세에 나섰습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말 미국 주요 일간지에 “전 세계 중소 사업자를 위해 애플과 맞서겠다”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싣기도 했습니다. 애플의 반경쟁적 행위에 대한 소송은 지난해 이미 제기했고, 반독점 행위 소송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주요 수입원인 맞춤형 광고 제공에 지장을 받는 것은 물론, 이런 광고가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행위를 기반으로 한다고 공공연하게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전면전을 고려하는 것도 이해는 됩니다.

한편, 최근 유럽연합(EU)도 애플의 새로운 사생활 보호정책이 반독점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을 보면 사태가 심상치는 않은 것 같습니다. EU 담당자는 애플의 새 사생활 보호 강화 조치가 플랫폼 내 모든 앱에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페이스북이 애플의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정책에 반발해 지난해 말 미국 주요 일간지에 게재한 전면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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