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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은행·카드사에 불리한 디지털 금융혁신안

김범준 기자I 2020.08.05 06:00:00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금융위원회는 전자금융업체의 소액 후불결제 허용 및 최소 자본금 규제 완화, 지급지시전달업(MyPayment, 이하 마이페이먼트)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디지털 금융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사회초년생, 주부 등 일정 소득이 없는 소비자도 페이(Pay)업체 등 간편결제사에서 제공하는 30만원의 후불결제 이용이 가능해졌다. 소액 규모지만, 간편결제사에 대한 여신서비스 허용은 획기적 변화다.

또 전자금융업 영위를 위한 최소 자본금 요건이 5억~50억원에서 3억~20억원으로 인하됐다. 아울러 결제·송금에 필요한 금융소비자 자금이체 지시를 전달하는 마이페이먼트에 요구되는 최소 자본금 규모도 3억원으로 정해졌다.

금융소비자의 편의성 및 금융서비스 선택의 다양성이 확보된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세부적으로 보완돼야 할 내용도 많다.

우선, 후불결제 허용으로 가계부채 확대 및 여신 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있다. 금융업체들이 발급하는 하이브리드 체크카드 한도가 30만원인데, 1인당 한도는 2매까지다. 그런데 소비자 1인이 이용 가능한 후불결제이용 페이업체 수가 제한되지 않을 경우, 이는 사실상 소액여신이 아니다. 일례로 소비자 1명이 10개 페이업체 후불결제 이용 시 300만원 여신으로 볼 수 있다.

이용 회원수가 1000만명을 상회하는 빅테크사(대형 IT기업) 후불결제서비스는 최소 3조원 이상의 여신을 시장에 공급한다. 더욱이 후불결제 이용자 상당수가 소득이 거의 없는 차주일 것으로 판단돼 연체 가능성도 높다. 실제 최근 하이브리드 체크카드 연체율이 급속히 올라가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번 혁신방안에서 전자금융업체의 대손충당금 적립 필요성이 원론 수준에서 언급됐지만, 구체적 세부안은 나오지 않았다.

최소 자본금 규제완화 부분도 금융사의 자본적정성 강화 기조와 부합하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 최근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에 대한 자본확충 수준이 강화되는 추세다. 은행에 대해 경기대응 완충자본이 부과되고 있으며, 카드사의 최소 자본금 수준도 200억원에 달한다. 경기침체에 따른 대출 부실에 대비한 자본금의 완충 역할이 강조되는 측면에서, 이번 자본금 인하 조치는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부합치 않는다.

마이페이먼트를 소규모 인·허가(Small License)업으로 규정하고 자본금 요건을 3억원으로 정한 점은 카드사 등 금융기관보다는 핀테크사의 우대 조치로 판단된다.

향후 금융소비자가 결제 및 송금 관련 권리 행사 때 이를 대신 처리하고 수행해주는 지급지시서비스업자(PISP)가 결제시장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오픈뱅킹(Open Banking)이라는 개방형 금융결제망을 이용할 수 있어, PISP 중심으로 결제시장의 ‘새판 짜기’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결제구조가 은행과 은행 또는 카드사와 소비자간 거래구조에서, PISP와 소비자간 금융거래로 변화될 것이다.

마이페이먼트가 마이데이터 사업과 연계시 금융정보 조회, 지급, 투자, 자산관리업으로 PISP 사업영역이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영국의 디지털 뱅크인 ‘레볼루트’ 사례를 통해서도 유추 가능하다. 소규모 핀테크 업체였던 레볼루트가 결국 PISP를 계기로 종합금융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으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마이페이먼트 문호는 카드사와 은행에게도 ‘동일 조건’으로 제공돼야 한다. 금융시장의 경쟁을 유도해 금융거래비용을 낮추고자 하는 핀테크 업체에 대한 규제 완화가 오히려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구조를 양산할 수 있다. 금융사와 공정경쟁이 가능하도록 건전성 규제, 대주주 적격성 요건, 보안 강화 등 마이페이먼트 인·허가 요건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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