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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24시]연구기관들이 '웨비나'에 목매는 이유

김형욱 기자I 2020.05.25 06:00:00

비대면 확산 여파에 수탁 연구·교육사업 사라져
예산 확보마저 '비상'…'웨비나' 등 돌파구 모색

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보건복지 관련 교육·위탁사업을 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이하 개발원)은 코로나19사태로 비상이다. 방역 문제만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체 수익사업이 대부분 중단됐다. 역학조사관 교육은 그 필요성 때문에 강행하고 있지만 다른 대부분 교육사업들은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돼 개발원의 주요 수익원이던 수탁사업이나 유료교육사업을 유치하는 게 어려워졌다.

소폭이나마 흑자이던 재무구조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개발원은 지난해 국고보조 313억원 외에도 위탁교육사업으로 101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등 자체 수익사업으로 119억원을 벌어들여 1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자체 수익사업을 확충해 흑자기조를 이어가려 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어려워졌다. 연구·교육사업은 그 특성상 대면 형태가 필수이고 경영환경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비용을 삭감하는 부문이어서 타격이 컸다

개발원도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비대면 온라인 사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사례를 동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외국과 공유하거나 온라인 콘텐츠 발굴 공모전 등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가 당장 수익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개발원 관계자는 “교육사업 위축을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하는 중”이라며 “연간 계획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 장기화 땐 예산절감이나 사업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나 강원랜드(035250), 한국마사회와 같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곳들에게 가려져 있지만 연구·교육 전담 공공기관도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곳들이 적지 않다.

재정 지원을 받아 정책 사업을 수행하는게 주 업무지만 자체 수익사업도 기관 운영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이미 올해 수익사업 매출을 전제로 예산이 편성된 상태여서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하면 직원 급여 조달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이들 기관의 고민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달 초 대구에서 열린 한 행사의 좌석 둘 중 하나에 엑스(X) 표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제공
국무조정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정부출연금 203억원 외에 수탁사업을 통해 99억원의 자체 수입을 올렸다. 전체 재원중 30%에 육박하는 액수다. 이 연구원이 지난해 4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낸 것도 이 같은 자체 수입 덕이다. 올 초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자체 수탁사업이 뚝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혁신성장 규제 관련 연구를 중점 기획과제로 정하고 돌파구를 마련하려 하고 있지만 활로 찾기가 쉽지 않다.

이 연구원 관계자는 “실제 영리사업을 하는 공기업과 비교해 규모는 작지만 연구기관 역시 자체 수익사업이 조직 운영에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수탁사업이 끊길 수 있어 다방면으로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기관은 이 추세라면 자체 수익사업은 물론 정부 위탁사업 예산마저 위태롭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들 기관이 ‘웨비나(웹+세미나)’ 등 활로 모색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지난 20일 오후 에너지정보소통센터 홈페이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그린뉴딜’을 주제로 사상 첫 웨비나를 열었다. 이 재단은 에너지정보소통과 에너지문화 확산 사업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연초 계획했던 대국민 오프라인 사업 대부분을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워비나’라는 새로운 소통방식을 시도한 것이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며 웨비나 등 새로운 방식 도입을 모색해 왔다”며 “앞으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다양한 국민소통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관계자가 페루 의료진과의 웨비나를 통해 ‘K-방역’ 경험을 전수하는 모습. 코이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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