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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의 암호화폐 읽기]<36>ICO와 함께 쑥쑥 자라는 크립토펀드

이정훈 기자I 2018.05.16 06:21:23

전세계 크립토펀드 300곳 넘어…운용자산만 5.7兆 규모
올해에만 100곳 이상 새로 생겨날 듯…국내도 설립 추진
인덱스 방식은 인기 식어…VC·헤지펀드형 각광 받아
직접투자보다 안전해도 고위험 고수익…유동성 이슈도

연도별 크립토펀드 수와 운용전략별 펀드 수. ICO과정에 참여하는 벤처 성격의 투자와 헤지펀드 출신 매니저가 액티브하게 운용하는 방식, 인공지능(AI)이나 알고리즘, 자동거래 봇(bot)에 의한 매매 등이 주를 이룬다. (그래픽=오토노머스 넥스트)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우리는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 외에도 레버리지를 키울 수 있는 숏마진(short margin) 거래와 가격 하락에 베팅하거나 보유한 암호화폐 가격 하락을 헤지할 수 있는 선물 거래에 대해 살펴 봤구요, 안정적인 패시브 투자가 가능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가능성도 점쳐 봤습니다. 이번 회에서는 또다른 암호화폐 투자 방식을 보려고 하는데요, 바로 암호화폐에 간접투자할 수 있는 크립토펀드(cryptofund)입니다.

크립토펀드는 말 그대로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전문 펀드입니다. 좀더 전문적으로 부연하자면, 알고리즘 방식으로 암호화폐나 암호화폐 파생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것은 물론이고 암호화와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가진 업체의 암호화폐공개(ICO)에도 참여하는 등 여러 전략으로 투자수익을 높이는 펀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암호화폐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가격이 무섭게 상승하면서 필연적으로 가격 변동성 확대가 뒤따를 수 밖에 없고, 규제 불확실성과 시장참여자나 인프라에 대한 불신 등이 수반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분산 투자로 안정성을 높이거나 대규모 투자로 수익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간접투자가 주목받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크립토펀드는 특정 기관에 등록하거나 사전 인가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그 규모를 파악하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암호화폐 분야 유력 조사·분석업체인 오토노머스 넥스트(Autonomous NEXT)에 따르면 지난달말 현재 미국에서 설립돼 운용되고 있는 크립토펀드는 총 251개이고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규모는 35억~50억달러(원화 약 3조7300억~5조33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됩니다. 또 크립토펀드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크립토펀드는 총 302곳이며 이중 헤지펀드가 183곳, 벤처캐피털이 106곳에 이르고 있구요, 나머지 13곳은 프라이빗에쿼티펀드(PEF)로 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의 총 운용자산도 53억4000만달러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올해에도 100곳 이상의 펀드가 새롭게 태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재 실리콘밸리의 거물인 피터 틸이 지분을 참여하고 있는 폴리체인캐피탈이 크립토펀드에서 가장 잘 알려진 운용사로 꼽히고 있고 `암호화폐 전도사`로도 불리는 초기 비트코인 투자자인 마이클 노보그라츠가 설립한 갤럭시디지털캐피탈매니지먼트, 초기 암호화폐 전문 벤처캐피털이었던 블루야드캐피탈, 중국을 대표하는 크립토 운용사인 펜부시캐피탈, 김서준 대표가 설립해 전세계 35개 ICO 프로젝트에 투자해 이 분야 큰손으로 떠오른 해시드 등이 대표 운용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퓨처플레이가 세운 파운데이션X나 데일리블록체인과 카카오 등도 크립토펀드 출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크립토-펀드라는 업체가 운용하는 크립토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 전체 60% 정도의 자산을 시가총액 상위 코인에 분산 투자해 리스크를 낮추면서 20%를 특정 알트코인과 선물거래 등을 활용해 수익을 높이는 전략을 취한다. 특히 20% 정도 자산은 ICO에 참여해 고위험 고수익 방식으로 운용한다. (그래픽=crypto-fund.org)


비트트웬티나 코인베이스 등이 지난 2016년 내놓은 인덱스펀드는 암호화폐시장내 시가총액 상위 코인들을 시총 비중별로 사담아 펀드 수익률이 특정 코인이 아닌 시장흐름을 따라가도록 설계했습니다. 물론 비트투웬티처럼 시총 상위 20개 코인을 포트폴리오에 담는 펀드도 있고, 코인베이스처럼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 캐시, 라이트코인 등 일부 상위 코인만 담기도 합니다. 이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몇개 코인을 담느냐가 수익률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덱스를 추종하는 크립토펀드는 상승장에서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투기 성향이 강한 투자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고 하락장에서 상대적 강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인기가 시들고 있습니다. 본격 하락장이 전개됐던 올초만 해도 석 달간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45% 떨어진 시점에서 크립토 인덱스펀드 수익률도 평균 43% 이상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ICO 이전에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프리(pre)-ICO나 ICO 세일과정에 투자로 참여하는 벤처캐피털 성격의 크립토펀드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초기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고위험, 고수익 투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만 ICO 투자과정에서 자료 부족과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개인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워낙 제한적인 만큼 스캠(사기행위)을 예방한다는 점에서는 직접 투자보다는 덜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일부에서는 암호화폐와 선물, 알고리즘을 이용한 알트코인 매매, ICO 등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장세와 무관하게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성 펀드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어떤 방식의 크립토펀드이든 간에 펀드 운용에 따른 규제 리스크가 생길 수 있는데다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투자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할 겁니다. 해킹으로부터 보안을 위해 대부분 펀드는 자산 일부를 하드웨어 월렛에 저장하고 있는데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월렛에서 거래소로 이체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현상이 생길 수 있고, ICO에 참여한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아 즉각적인 매도가 쉽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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