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지난 4년간 ‘수첩 인사’ 문제에 경고음은 제대로 울리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당시 논공행상·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관피아(官+마피아), 정피아(정치권+마피아) 논란은 계속됐다. 사회공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낙하산’ 공공기관장만 지난 4년 간 100여명에 달한다. 공직 인사개혁을 추진한다면서 대통령은 문화체육관광부 과장 인사까지 개입했다.
대통령의 인사권이 남용됐지만 직언을 하는 관료를 찾기는 힘들었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장관을 통해 내려오는 지시를 거부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때는 대통령 한 마디에 ‘꼼짝마’ 하던 때인데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나”고 항변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는 청와대로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현재의 제왕적 시스템이 바뀌지 않은 한 계속될 수밖에 없은 과제이기도 한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비난을 넘어 제왕적 대통령제, 그리고 청와대 구조를 바꾸는 시스템 개편이 필요한 셈이다.
◇검찰·감사원 독립성 강화..“인사권 줄여 맹목적 충성 방지”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런 인사 구조에서는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해도 권력기관이 충성할 수밖에 없다”며 “책임총리제는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개헌을 해서라도 권력기관장 인사권을 대통령으로부터 분명하게 독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를 비롯해 전문가들이 우선 제안한 대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는 검찰총장 등 권력기관장의 경우 별도 위원회를 통해 뽑도록 헌법에 명시하는 방안이다. 둘째로는 감사원을 독립기구로 만드는 방식이다. 검찰, 감사원 인사 독립성을 높여 대통령 비리, 공공기관 낙하산 문제 등을 상시적으로 감찰하자는 지적이다.
이 대안은 개헌 논의가 진행 중인 정치권에서도 거론됐다. 국민의당은 ‘검찰총장은 검찰인사위원회가 추천하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은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을 헌법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황찬현 감사원장은 최근 국회 개헌특위 전체회의에서 소속을 개편하는 경우 감사원을 독립기구로 설치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둬 견제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검토 중이다.
◇중앙인사위 부활해 견제 강화..“영혼 없는 공무원 방지”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보다 중앙인사위 위상과 기능을 강화해 투명한 인사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며 “고위공무원 인사를 독립된 인사기구에서 총괄하게 되면 장관 인사는 청문회로, 고위공무원 인사는 중앙인사위를 통해 견제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인사의 핵심인 선발과 채용 방식을 바꿔 대통령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영혼 없는 고위공무원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대통령 주변에 인사 전문가 그룹을 신설하는 게 실효성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 처장은 “민간 기업의 경우에는 오너 주변에 인사 전문가 그룹이 있어 인사 실패가 일어나기 힘든 시스템”이라며 “정부 조직개편을 또 하기보다는 대통령 주변에 전문적인 인사 보좌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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