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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 보팅 혼란에 주총꾼 활개

김세형 기자I 2014.12.07 10:35:36

연말까지 150개 코스피·코스닥 임시주주총회 개최
섀도 보팅 폐지 우려했던 감사 선임 주총탓
주총꾼들 상장사 돌며 연말 용돈벌이 나서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섀도 보팅(Shadow Voting·의결권 대리행사) 제도) 혼란에 주주총회꾼들이 때아닌 대박을 맞고 있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오는 31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150개사가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지난해 12월 43개 상장사가 주주총회를 치렀던 것에 비해 3배가 넘는다.

이는 대부분 섀도 보팅제 폐지에 따라 감사 선임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던 상장사들이 주주총회를 대거 소집한 데 따른 것이다.

섀도 보팅제 폐지에 따른 혼란이 예상되면서 최근 국회는 향후 3년간 섀도 보팅제 존속을 유지하는 쪽으로 법안 개정을 진행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까지 통과했고 본 회의 통과 만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섀도 보팅 제도는 존속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소집한 주주총회는 예정대로 열린다. 그런데 이것이 한 때 극성을 부리다 사라지는 듯했던 주주총회꾼들이 다시 활개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주주총회꾼은 당초 주주총회의 빠른 진행을 위해 회사측에서 금품을 줘가며 일부러 고용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적게는 1주를 갖고 회사측에 접근해 금품을 요구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회사측이 금품을 달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주주총회장에서 주주총회를 고의를 지연시키며 회사측을 곤혹스럽게 한다.

기업의 경영 투명성이 개선되면서 이들의 힘이 약화됐고, 정기주주총회 때는 기업들이 한날한시에 잡는 경우가 많아 물리적으로 이들일 활동할 수 있는 폭도 줄었다.

주주총회 일정이 분산될수록 이들의 활동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150개사의 일정을 보자면 오는 31일까지 10, 11일 이틀을 제외하고는 평일에는 어김없이 주주총회가 개최된다.

섀도 보팅 폐지에 대한 대비책으로 하나둘 감사 선임만을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것이 큰 흐름이 되자 일정이 되는대로 주주총회 날짜를 잡은데 따른 것이다.

이미 주총꾼들에게 금품을 준 곳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최근 감사 선임 때문에 주주총회를 개최한 수도권의 상장사 한 담당자는 전일 지방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했다며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주총꾼을 상대해야 했다. 결과는 주총꾼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들이 요구하는 금품이 50만원 이하로 크지도 않은데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길어야 20여분이면 될 주주총회가 언제 끝날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담당자는 “주총꾼들은 나이도 상당한 데다 이전에 숱한 주주총회에 참여하면서 숙련이 될대로 된 상태”라며 “차라리 몇십만원을 줘서 보내는게 낫다는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상장사 다른 관계자는 “대안이 없는 섀도 보팅 폐지로 뜻하지 않게 주주총회까지 열기로 한 판에 주총꾼들까지 상대해야 하는 지경”이라며 “앞으로 취지가 좋더라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에게도 귀기울여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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