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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코로나19에 맞서는 독불장군들

류성 기자I 2021.02.01 05:00:01

백신개발 선봉들 구사한 연합전선 전략 주목해야
글로벌 강자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도 협업으로 성공
단독 개발만 고집하는 국내 제약사들에 반면교사
역량 및 자금 부족,국내사들 공동개발로 돌파해야
글로벌 제약업계 대세 ‘오픈 이노베이션’ 정착 시급

[이데일리 류성 제약바이오 전문기자] 세계를 사실상 전시상황으로 바꿔놓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지 1년이 넘었다. 그나마 최근 코로나19를 퇴치할 백신이 등장하면서 길고 어두운 코로나19 터널에 희망의 빛이 깃들고 있다. 코로나19를 무찌를 백신개발에 성공한 기업들은 가히 인류를 공멸의 위기에서 구해낸 주역들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가장 먼저 성공시킨 제약사로는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등이 꼽힌다.

아쉬운 부분은 국내 제약사들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거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다는 점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유바이오로직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등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선 제약사들이다. 물론 이들 제약사는 이미 백신 개발에 성공한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에 비해 역량이나 자금력 등에서 비교할수 없는 열세에 놓여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에 앞서 국내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개발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그럼에도 세계적 제약사인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할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으로 꼽히는 ‘공동개발’ 전략은 국내 제약사들이 되짚어볼 대목이다. 화이자는 지난 2019년 기준 매출 47조원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제약사 순위 3위를, 아스트라제네카는 매출 25조원으로 11위를 각각 차지한 강자들이다. 화이자는 국내 제약업계 전체 매출의 2배, 아스트라제네카는 동등한 수준의 규모를 자랑한다.

두 회사는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 실력을 갖춘 제약사임에도 독자개발보다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적 협력)’ 전략을 채택, 백신개발의 선봉으로 우뚝섰다. 주지하다시피 화이자는 독일의 바이오엔테크라는 바이오벤처와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각각 손을 잡고 백신개발 초기부터 긴밀한 공동 협력체계를 가동했다. 이들 글로벌 제약사는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협력 파트너를 통해 보완, 백신 개발기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반면 이들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거의 모든 면에서 밀리는 국내 제약사들은 연합전선 대신 각자도생 전략을 펴고있다. 일부 제약사는 컨소시엄을 구성, 백신개발에 나서겠다고 선언했지만 구체적 협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공동개발을 해도 글로벌 제약사들을 따돌리기 힘든 구도에서 독자 개발을 택한 국내 제약사들이 백신개발 경쟁에서 크게 뒤쳐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독자적 백신개발을 고집하는 국내 기업들의 모습은 오픈 이노베이션이 아직도 우리 업계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기업문화가 코로나19 백신개발에 있어서도 결정적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다국적 제약사들은 자사가 개발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의 상세 정보를 외부에 전면 공개하고 공동개발 파트너를 찾아나설 정도로 외부와의 협력을 중시한다. 여전히 자체 개발중인 신약 파이프라인 내용을 극비로 다루며 독자노선만 고집하는 국내 제약업계와 대비된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뿐 아니라 제약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도 이제 ‘오픈 이노베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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