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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국적·세대·인종 막론하고 전하는 감동 있어"

김은비 기자I 2020.11.27 06:00:00

홍석경 교수 'BTS 길 위에서' 출간
일명 '흙수저' 그룹의 메시지에
경쟁사회 저항하는 청년들 위로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뮤지션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방탄소년단(BTS)은 국적, 세대, 젠더, 인종을 막론하고 전하는 감동이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한류 연구자인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한국 대중음악사를 새로 써내려가고 있는 BTS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K팝 산업의 변방에서 탄생한 BTS는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최초로 미국 최고 권위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올랐다. 도대체 BTS에 왜 이렇게 전세계가 열광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해 단순히 그들의 노래, 음악 정체성, 아미(BTS 팬을 부르는 말) 중 하나로 골라 답하긴 어렵다.

홍석경 서울대 교수(사진=홍석경)
홍 교수는 BTS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그들의 공연을 직접 따라다니고, 수많은 현지 팬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발품을 팔았다. 그는 최근 이런 연구와 성찰의 결과를 담은 책 ‘BTS 길 위에서’(어크로스)를 출간했다. 책은 BTS 현상을 총체적으로 담아냈다. 특히 ‘BTS는 K팝인지’, ‘아미는 어떤 사람들인지’ 등 복잡미묘한 문제를 다룬 부분에서 그의 밀도 높은 통찰은 빛을 발한다. 홍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BTS 현상을 사회과학적 시각으로 조각조각 내고 싶지 않아 논문 대신 책으로 엮었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다.

홍 교수는 BTS의 ‘성공’보다는 탄생부터 성장 과정에 주목했다. BTS는 일반적으로 K팝 스타 하면 떠올리는 대형 기획사 출신의 아이돌과는 달리 중소형 기획사에서 일명 ‘흙수저’ 그룹으로 출발했다. 이들은 어려운 환경을 탓하기보단 이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자신들만의 메시지로 소화했다. 이런 BTS의 음악과 삶은 신자유주의적 경쟁사회에 저항하는 전 세계 청년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홍 교수는 “‘열심히해라’가 아니라 ‘힘들어도 괜찮다’는 BTS의 메시지에서 이들은 위로를 얻고 눈물을 흘린다”고 분석했다.

성장 과정에서 팀원 7명 전원이 함께 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아이돌 그룹이 데뷔하면 멤버별 능력차는 확연하다. 눈에 띄는 멤버들은 앞서나가기 마련이다. BTS도 처음에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BTS는 모든 멤버가 나름의 방식·속도로 성장했다. 홍 교수는 이를 ‘개인 간의 무한한 경쟁을 독려하는 신자유주의적 성공에 또 한번 반기를 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BTS는 그 과정을 유튜브, SNS를 통해 팬과 공유했다. 팬들이 이들의 성장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동일시한 이유였다.

이런 BTS의 모습은 지금껏 어느 뮤지션에서도 볼 수 없었다. 홍 교수는 “세계에 있는 아미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이런 스타가 미국, 유럽에는 없다고 말한다”며 “음악 자체는 공감을 하는 내용이 담겼을지라도 그들도 결국 ‘금수저’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홍 교수는 BTS가 백인중산층·남성중심주의 사회가 낳은 인종적 위계와 남성성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장을 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남성성을 잃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강한 남성이 강조됐던 지금까지 서양 대중문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홍 교수는 “사람들은 대중문화에서 드러나는 모습을 활용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힘을 가진다”며 “이런 대안적 사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BTS 현상과 K팝의 확산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이미 빌보드 차트에 K팝 스타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는 “최근에는 K팝 팬들을 인터뷰하다 엑소, 블랙핑크 등 유명 아이돌뿐 아니라 홍대의 인디밴드까지 이름이 나온다”며 “그만큼 세계적으로 K팝의 범위는 계속 넓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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