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줌인]진로 '두꺼비'.."옛것이 어때서. 내가 좋으면 지갑 열어"

김보영 기자I 2019.07.17 07:00:00

출시 두 달 여만에 1000만병 판매 돌파
"진로 복원, 수 년 전 기획된 것…역사에 새로움 얹어"
"주변 평가에 연연 않는 SNS 세대…흥미로우면 소비"

하이트진로가 지난 4월 25일 출시한 ‘뉴트로 진로’ 소주 홍보 포스터. (사진=하이트진로)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패션업계의 통설이 산업계 전체의 금언이 되고 있다. ‘뉴트로’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식품업계가 대표적이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에서 출발한 ‘뉴트로’는 과거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복원해 중장년층에겐 추억을, 젊은 세대에겐 새로움을 안겨 대중성을 사로잡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장 먼저 불을 지핀 곳이 하이트진로다. 하이트진로는 1970~1980년대 옛 소주의 디자인을 최근 기호에 맞게 변형한 ‘뉴트로 진로’를 지난 4월 출시했다. 일명 ‘두꺼비’로 불리는 이 소주가 출시 70여일 만에 1000만병 판매를 돌파했다.

뉴트로는 어떻게 마케팅 흥행보증수표가 됐을까?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는 본인의 감성에 맞게 ‘참신함’을 찾는 밀레니얼 세대 심리를 들여다보는 게 먼저라고 강조한다.

◇40년 만에 부활한 진로…1000만병 판매 돌파

‘진로’는 국내 최초 주류 회사인 진로가 1924년 출시한 원조 소주 브랜드다. 1993년 브랜드명이 ‘진로골드’로 바뀐 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나 하이트진로(000080)가 이를 지난 4월 25일 뉴트로 트렌드에 맞춰 ‘진로 이즈 백’이란 슬로건을 달고 부활시켰다.

다시 태어난 진로는 1975~1983년 생산된 소주와 같은 파란색 라벨을 지녔다. 병 디자인은 과거의 느낌을 재현하면서 소주의 청량한 맛과 이미지도 살릴 수 있는 하늘색을 택했다. 거기에 예스러운 느낌을 강조하고자 한자 표기의 ‘眞露(진로)’와 대표 상징인 두꺼비 로고를 라벨 가운데에 삽입했다.

달라진 점도 있다. 사용의 편의성을 고려해 트위스트캡 형태의 뚜껑을 적용했고 알코올 도수도 요즘 젊은 세대가 저도주를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해 16.9도로 정했다.

이렇게 탄생한 하이트진로의 야심작은 출시 72일 만에 1104만병 판매란 폭발적 성과를 기록했다. 오성택 상무는 “판매 두 달 만에 연간 목표 판매량을 훌쩍 넘겨 목표치를 재설정했다”라며 “생산량이 수요를 못 따라가 생산 설비 추가를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뉴트로 열풍을 공략해 출시한 상품은 아니었다. 오 상무는 “과거 진로 제품을 복원하자는 프로젝트는 원조 소주 브랜드의 정통성과 자부심을 살리자는 취지로 약 3~4년 전부터 기획돼왔다”며 “지속적인 소비자 조사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 출고 시점을 보던 중 뉴트로란 트렌드를 접했고 밀레니얼 세대의 감성과 뉴트로 트렌드의 특성을 반영해 조금씩 변형, 보완을 거쳐 지금의 ‘진로이즈백’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 중인 모습. (사진= 김보영 기자)
◇밀레니얼 “옛것이 어때서? 내가 좋으면 지갑 열어”

오 상무는 과거의 디자인을 고증하는 것은 물론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행동 특성을 파악해 새롭게 탄생시켰다는 점을 성공 요인으로 강조했다. 그는 “진로가 지닌 ‘원조’라는 고유한 이미지를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아준다면 기업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때마침 뉴트로 열풍에 편성하면서 진로이즈백의 화려한 부활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복고는 아주 오래 전부터 숨쉬어 온 트렌드다. 향수에 젖고 추억을 소환하는 건 사람의 기본적 욕구다.

오 상무는 “제품이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는지는 결국 ‘새로움’이 대중성을 얼마나 충족할지에 달렸다”라며 “1970~1980년대에 태어나지도 않은 2030 밀레니얼 세대가 뉴트로에 가장 열광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옛것’도 그저 흥미를 돋울 새로운 소재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오 상무는 “출시하기 전 가장 고민한 부분도 얼마나 복고를 제대로 표현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만들어야 젊은 세대들이 촌스럽지 않고 참신하다고 느낄까였다”며 “두꺼비 로고를 심플하게 변형하고, 병뚜껑 디자인을 트위스트캡으로 제작하는 등 과거랑 완벽히 똑같은 디자인으로 출시하지 않은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다만 ‘복고’라는 키워드에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것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도 분석했다. 그는 “기존 세대는 과거의 것을 ‘촌스러움’, ‘낡은 것’으로 인식해 멀리하려는 경향이 강했지만 밀레니얼은 그런 주변의 평가나 편견에 좌우되지 않는다”며 “이 제품이 본인 감성에 맞는다면 개의치 않고 지갑을 연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기표현에 충실하단 의미다. 그는 “과거에는 무언가를 자랑하고 표현하고 싶어도 이를 표출할 수단이 없었다”라며 “반면 지금의 밀레니얼은 SNS의 발달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져 자기표현이 일상이 됐다. 특히 SNS는 ‘진로’에 관심이 있지 않았던 사람도 한 번쯤은 사진을 찍어 올려 인증하고 싶도록 확산·파급력이 높다”고 부연했다. 결국 뉴트로는 복원한 복고를 얼마나 참신한 감성에 부합하게 보완해내느냐가 관건이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