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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무시험 1년으로 확대 논란…'진로탐색' VS '선행학습'

신하영 기자I 2017.11.14 06:30:00

‘진로탐색 확대’ 교육부 발표에 학부모들 ‘학습결손’ 걱정
학원도 “중1 때 중학교 과정 끝내야” 선행학습 부추기기
“전문가·체험 공간 구하기 어렵다” 지역 간 불균형 호소
교육계 “진로·적성 못 찾아 취업 어렵나” 회의적 시각도

지난 8월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7 자유학기제 수업콘서트에서 경기 낙원중학교 성금주 교사가 진로탐색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부가 내년부터 희망 학교를 대상으로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자유학년제로 확대한다. 시험 없이 진로 탐색하는 기간을 ‘한 학기’에서 ‘1년’으로 늘리는 것이다. 교육계에선 자유학기제의 문제점을 보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를 자유학년제로 확대하는 정책은 ‘시기상조’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자유학년제 기간에 자녀를 학원에 보내 선행학습을 시키겠다는 부모도 많아 학생 간 학력 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 교육부 “중학교 1470곳, 자유학년제 도입 의향”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행 자유학기제를 내년부터 자유학년제로 확대할 의향이 있는 학교는 교육부 수요조사에서 1470개교로 집계됐다. 전체 중학교(3210개교)의 45.8%에 달하는 규모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진로를 탐색토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2013년 42개교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전체 중학교에서 전면 시행됐다. 자유학년제는 이런 진로탐색 기간을 한 학기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자유학기제를 자유학년제로 확대하려는 이유는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학교 3년간 교과수업에만 매몰되기보다 한 학기 동안 진로탐색·예술체육·동아리활동을 하도록 하면 학생들의 진로 탐색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미다.

하지만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게 학습결손에 따른 학부모 불안감이다. 자유학년제 기간인 1년 동안은 학교에서 지필고사를 보지 않으며, 고교 입시에서도 이 기간의 내신 성적은 반영하지 않는다.

◇ 학부모 “학생 간 학력 격차만 심화될 것”

초등학교 5학년 딸을 키우는 박지윤(45)씨는 “자유학기제만 해도 한 학기 지나고 나면 긴장이 풀어지는데 그걸 1년씩이나 하나”라며 “진로탐색 기간 동안 학습결손을 우려한 가정에서는 자녀를 학원에 보내 선행학습을 시킬 것이고 그러면 학력격차는 더 심화 된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이미정(44)씨도 “학교에서 시험을 통해 성적을 진단해야 불안하지 않은데 그렇지 않으니 자유학기 때 학원을 더 많이 보낸다”며 “아이들이 진로탐색을 한다고 실제 진로가 그대로 정해지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이나 목동 지역 학원가는 중학교 자유학년제 도입 계획을 악용,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양천구 목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자유학년제가 실시되면 중1은 시험 없이 보내기 때문에 이 기간에 중학교 수학 등을 마스터해야 한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학부모들이 꽤 많다”며 “그래야 중2부터는 곧바로 고입 준비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유학년제 기간에 학습 결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전남 순천의 한 중1 담임교사는 “자유학기제 기간 중 지필고사를 보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수업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 읍·면 지역선 “다양한 체험 제공 못해” 불만도

지역·학교 간 불균형도 자유학년제를 시행하기 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자유학기제나 자유학년제를 실시하는 학교는 체험 장소를 찾거나 전문가를 섭외해야 한다. 학생들이 직업·진로를 체험할 공공기관이나 기업, 전문가가 풍족한 대도시는 여건이 좋은 반면 그렇지 못한 지방에선 지역 간 불균형을 호소한다.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 1학년 담인 교사는 “학교가 농어촌지역에 있다 보니 전문가와 연락이 닿아도 오지 않겠다는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진로·직업 체험 기회를 주고 싶어도 장소·전문가 섭외가 쉽지 않아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유학년제 도입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거론된다. 청소년기에 진로를 찾지 못해 취업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근본적 물음이다. 통계청이 지난 7일 발표한 ‘2017 사회조사 결과’에선 만 13∼29세 청년층이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국가기관(25.4%)과 공기업(19.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청년들이 진로를 못 찾아서 취업이 안 되거나 공무원 되려는 게 아니다”라며 “오히려 자유학년제 기간 중 학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 학력 격차만 고착화될 것이다. 자유학년제를 확대하는 게 중학교 교육의 근본적 해결책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현장에선 자유학기제 도입 후 진로탐색·동아리 활동 확대로 수업시간 중 졸거나 딴청을 피우는 학생이 감소했다는 의견이 많다”며 “농어촌 지역을 대상으로 ‘대학이 제공하는 진로체험 캠프’, ‘찾아가는 진로체험 버스 운영’ 등을 확대해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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