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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1년]"스쿨폴리스·숲지킴이…상상해야 일자리 만들어져"

박철근 기자I 2018.05.09 06:30:00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인터뷰
일자리위 2기 슬로건은 '끈길지게, 창의적으로, 과감하게'
"장관부터 9급까지 일자리 정책 시급성 중요성 간과해"
최저임금 인상 지속해야…부작용 대비책은 촘촘히 마련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일자리 정책에 있어 기존의 관행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상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신태현 기자)
이목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이하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고용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인물은 아니다. 그가 문재인 정부 일자리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일자리위 부위원장직을 맡은 것은 과거 일자리 문제로 피눈물을 쏟던 노동자들과 함께 했던 시간 때문이다.

이 부위원장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외환위기 이후 노사정위원회에서 간사위원을 맡았다”며 “당시 자신이 억울하다고 생각한 노동자들은 모두 날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하루에 저녁 다섯끼를 먹은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부위원장은 “한 자리에서 소주 한 두잔과 안주 한 두점을 먹고 다음 저녁 장소로 이동해 또 다시 술·안주와 함께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의 하소연을 듣는 것이 일상이었다”며 “그 때부터 질 좋은 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지속했다. 약 20년간 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해온 덕에 일자리위 부위원장 제의가 들어왔을 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민간 일자리 확대 위한 토대마련에 주력

이 부위원장은 “현재의 한국사회 상황이 고용을 늘리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그 이유로 △저성장 기조 지속 △자본·기술집약적 산업 발전에 따른 고용없는 성장 일반화 △20대 후반세대 노동시장 유입 △조선·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등을 꼽았다.

그는 “1기 일자리위는 공공부문 일자리 양적 확대 및 질적 제고에 주력했다”며 “2기 일자리위는 1기의 업무를 지속하면서 민간 일자리를 대량으로 만들고 질을 개선하는 토대를 빠르고 튼튼하게 만드는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내세운 2기 일자리위의 캐치프레이즈는 ‘끈질기게, 창의적으로, 과감하게’다.

이 부위원장은 “공공일자리 확대의 경우 정부 내 의견통일뿐만 아니라 국회동의도 필요하다”며 “시행과정에서 우리의 목표가 제 때 달성이 되지 않더라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의 통상적이고 관행적인 생각으로는 일자리 확대가 불가능하다”며 “선진국의 고용문제 해결사례와 이를 한국사회에 적용하는 문제 등을 창의적으로 생각해 일자리를 늘리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일자리 창출은 계층·직역간 이견과 갈등이 있을 수 있다”며 “일자리위가 컨트롤타워로써의 역할을 하겠지만 100% 조정이 안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경우에는 국민의 뜻을 묻고 국민이 동의하면 이견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9월 청년·중년 일자리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머드급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사진= 신태현 기자)
◇공공사회서비스·여성·노인 일자리 ‘무궁무진’

이 부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창의적 발상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조금만 더 창의적으로 접근하면 높은 급여를 주지 않더라도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관광지마다 문화해설사를 둔다든지 방과 후 학교를 활성화해서 경력단절여성의 사회활동을 확대하는 식이다. 이 부위원장은 “현재 스쿨폴리스도 한 학교에 한 명만 두고 있는데 이것도 3~4명으로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며 “자연이 많은 국내 환경을 고려하면 숲지킴이나 강지킴이처럼 환경도 보호하고 일자리도 늘리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일자리에 대해서도 “우리 동네(서울 금천구)에 양복 제조업체가 있는데 그 회사 노동자의 절반은 장애인이며 그 중의 절반은 중증장애인”이라며 “그곳을 가보면 노동자들이 모두 밝고 환하게 일을 하고 있다. 사장도 장애인의 집중력이 무척 강해 주어진 일을 정말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특히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야 장애인 고용의무를 부담금으로 때운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사전 대비 없는 점 아쉬워

이 부위원장은 올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 일자리 감소에 대해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은 일정수준까지 지속해서 상승해야 한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높여야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할뿐만 아니라 소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언론을 포함해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이 일자리를 감소시켰다고 지적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었다는 실증적 보고서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미국의 한 연구에서 단기간에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을 때 저임금 일자리 일부에 영향을 줬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2018년 최저임금을 논의하기에 앞서 산입범위 조정문제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올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으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겪을 고충에 관해 촘촘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이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사회 전반에 영향이 없다고 부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5월 국회에서 산입범위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카드 수수료 인하와 임차료 상한선 설정 등 최저임금 인상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면 올해와 같은 문제점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에 대해 반대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판단했을 때 적정선이라는 게 있을 것”이라며 “노동계의 반발은 있을 수 있지만 국민들이 납득하는 수준이라면 노동계도 크게 반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일자리위 로고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 신태현 기자)


◇부처업무에 맞는 일자리 창출방안 주문

이 부위원장은 정부부처와 공무원에도 거침없이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아직 장관부터 9급 공무원까지 정책이나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일자리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일자리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위원장은 취임 이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등 일자리정책과 관련한 12개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그는 “재벌개혁의 핵심은 재벌대기업이 협력사와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대기업이 협력업체와 자발적으로 상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공정위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공정위에는 이런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중기벤처부에는 창업하기 쉬운 환경 조성을 당부했다고 했다.

이 부위원장은 “실리콘밸리의 ‘7전8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부러워하면서 우리는 왜 단 한 번의 도전도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고 국가가 그것을 검증했으면 돈 한 푼 없이도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창업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제품을 만들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우선구매해 판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국가가 2000개 기업에 1억원씩 지원한 뒤 100개사만 성공하더라도 그 100개의 기업이 2~3년 지나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중장기적 과제로 분류해 추진하는 관행에 일침을 놓았다.

이 부위원장은 “방과 후 학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며 “교육부가 방과 후 학교 활성화 추진계획을 2022년까지 마련한다길래 2019년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방과 후 학교를 진행할 교실은 저학년 교실을 사용하면 된다. 재원이 필요하다면 직접 기재부와 논의해 예산에 반영토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9월에 매머드급 청년·중년 일자리 발표”

이 부위원장은 일자리 관련 정책 수립·발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그는 “과거에는 시차를 두고 정책을 발표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하다”며 “현실적으로 적합하다고 검토가 끝난 정책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이 당장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데 효과가 있는 것도 있고 당장 효과는 없어도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는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이 있다. 단기적 중·장기적 정책을 합해 한 번에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위원장은 취임하면서부터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은 일자리 관련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그는 “이달 중순에는 민간 일자리 창출 관련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9월께 청년·중년 일자리 확대를 꾀하는 매머드급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해당 대책은 매우 창의적인 내용들로 사회에서 갑론을박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결국 일자리위의 생각이 맞다고 국민들이 느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목희 부위원장은

△1953년 경북 상주 △김천고 △서울대 무역학과 △한국노동연구소 소장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기획위원 △새천년민주당 김대중 총재 특별보좌역 △노무현 대통령후보 특별보좌역 △열린우리당 제5정책조정위원장 △17·19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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