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바람 불어 좋은 날, 우린 이곳에 간다

최은영 기자I 2015.05.06 08:01:43

딱 좋은 날씨, 햇살·바람 안주 삼아 술 한 잔..'그런데 어디서?'
양주·맥주·전통주, 주종별 대표선수 추천
길 따라 술 따라 '5월의 맛집&멋집' 베스트 5

이태원 와인클럽 ‘더젤’ 3층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전경(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청담동 ‘베라짜노’ 야외 정원, 홍대 ‘야외수업’에 구비된 전통주들, 한남동 ‘야외통닭구이’의 대표 메뉴인 한방 전기구이 통닭.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오오 눈부시다 / 자연의 빛 / 해는 빛나고 / 들은 웃는다···.’(‘5월의 노래’ 중에서)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이 계절을 이렇게 노래했다. 아기 손 같은 새순이 잠든 도시를 살포시 흔들어 깨우더니, 어느새 연분홍 철쭉이 연초록 봄옷을 입은 나무와 동무하며 사람들을 손짓한다. 아카시아 나무가 향기로운 꽃망울까지 터트리고 나면 정신을 잃는 건 시간문제다. ‘계절의 여왕’이 부르는데 어찌 화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계절에는 밥 한 끼, 술 한 잔도 여느 때와는 달라야한다. 귀한 시간을 쪼개 여행을 떠났을 때, 아무거나 대충 먹는 이들은 없지 않은가. 스트레스 많은 현대인, 바쁜 직장인들에겐 봄기운을 가득 담은 건강한 밥상, 술상만한 보약이 없다.

맛집·술집 전문가들은 어디에서 봄을 먹고 마실까. 답은 요즘 뜨는 거리에 있었다. 올 초 제일기획이 검색횟수로 살펴본 ‘서울시내 핫플레이스’에서 모든 연령대에서 1위를 차지한 홍대를 비롯해 이태원 경리단길, 청담동 가로수길 등지에 그들만의 아지트가 고르게 분포돼 있었다. 세대별 추천 장소는 조금씩 차이가 났다. 20대 이하에게는 글로벌한 감각의 이태원을, 30대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부암동과 연남동, 40대 이상은 삼청동과 인사동 등 고즈넉한 분위기가 조금 더 어울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팁을 하나 더하자면 ‘맛난 술’을 곁들이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탁 트인 공간에서 온 몸으로 맞는 햇살과 바람은 이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안주다.

맛 전문가이자 술 애호가인 주류 홍보맨들에게 물었다. 직장인 만족도 최고인 5월의 야외 맛집&술집들.

◇이태원 ‘더젤’ 남산타워가 한눈에

‘경리단길 레스토랑’ ‘야경 좋은 레스토랑’ ‘와인샵’. 인터넷 검색창에서 ‘더젤’을 치면 나오는 연관검색어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개성 강한 맛집이 많아 일 년 내내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이태원 경리단길의 오래된 명소다. 1992년 문을 열어 2010년 미국 ‘타임’지에도 소개된 와인의 성지다. 처음에는 회원제로 운영됐지만 2012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 올 초부터는 낮 시간대 카페로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남산타워와 이태원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2~3층 레스토랑과 4층 옥상은 더할 나위 없는 분위기를 선사한다. 02-797-6846.

◇한남동 ‘야외통닭구이’ 치맥이 생각날 땐

전통주와 맛집의 달인인 이지민 ‘대동여주도’ 콘텐츠 제작자가 즐겨 찾는 곳. “야외에서 치맥(치킨에 맥주)하기에 이 집만한 곳이 없다”고 추천했다. 2시간 가까이 참나무 장작으로 구운 한방 전기구이 통닭이 이 집의 대표메뉴다. 가격은 혼자서도 먹을법한 작은 닭 한 마리에 1만7000원으로 살짝 비싼 편이지만 바삭한 껍질에 촉촉한 육질 등 맛이 일품이다. 치킨에 빠질 수 없는 생맥주 가격은 500cc 한 잔에 3500원으로 저렴한 편. 가게 앞 야외 테이블에서 기름기 쫙 빠진 통닭에 시원한 맥주를 곁들이다 보면 술이 그야말로 술술 들어간다. 02-797-8677.

◇삼청동 ‘몽마르뜨서울’ 한옥에서 즐기는 프랑스 요리

겉으로 보기에는 한정식 집인데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는, 겉 다르고 속 다른 반전 레스토랑.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이 아닌, 삼청동의 언덕길에 위치했다. 천장의 서까래가 훤히 보이는 한옥에서 즐기는 프랑스 요리가 색다른 기분을 안긴다. 프랑스 요리에 한식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이 특징. 요즘 같은 계절에는 야외 테라스 자리가 특히 명당으로 가볍게 낮술 한잔 곁들이면 운치가 그만이다. 와인은 기본, 맥주도 판다. 식사를 마치고 가볍게 삼청동길 나들이에 나서 보는 것도 좋다. 양문영 ‘롯데주류’ 홍보부장이 추천한 맛집이다. 02-739-7881.

◇홍대 ‘야외수업’ 낮술의 즐거움

핫플레이스 중의 핫플레이스, 홍대에서도 유명한 맛집이자 애주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도심에서 즐기는 캠핑 안주와 전통주 명인들이 정성껏 빚어낸 우리 술, 그리고 팔도소주 9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캠핑요리주점.

오후 5시 이전 술을 주문하면 소주와 병맥주는 50%, 전통주는 40% 가격을 할인해준다. 제주도의 ‘한라산’을 시작으로 경남·울산의 대표 소주 ‘좋은데이’를 거쳐 서울·경기·강원의 ‘처음처럼’ ‘참이슬’까지 전국 8도 소주를 한자리에서 섭렵하면 어묵탕을 서비스로 준다. 이름 하여 ‘대동여소주지도’. 행사명부터가 도전정신을 일깨운다. 02-6241-6789.

◇청담동 ‘베라짜노’ 명품정원에서 와인 한 잔

“가정집 같은 아늑한 분위기. 정원에서 마시면 정감 솔솔”. 홍준의 ‘골든블루’ 홍보실장의 한 줄 평이다. 1층에 10명 이상 앉을 수 있는 넓은 홀과 2층에 도서관, 가정집 등 콘셉트가 다른 독립룸 4개가 마련돼 있다.

300종이 넘는 와인이 이곳의 명물이라면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는 정원은 보물이다. ‘와인나라’라는 와인회사가 운영하는 곳으로, 가격도 청담동 일대 고급 와인 바와 달리 합리적이다. 오래 묵혀야 제 맛인 와인처럼 10년 넘게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02-517-3274.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