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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여자도 아닙니다” 美, 여권에 성소수자 위한 ‘X 성별’ 추가

김무연 기자I 2021.10.28 08:07:37

美 국무부, 제 3의 성별 표기 위해 ‘X’ 옵션 추가
내년부터 모든 여권 신청자에게 해당 옵션 제공할 듯
최초 수령자는 성별 표기 문제로 소송 제기한 다나 짐
바이든, 부통령 시절에도 동성 결혼 합법화 주장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미국이 여권에 남녀 이분법적 성별 구분을 거부한 논바이너리(Non-binary), 남여의 신체적 특징을 모두 지닌 인터섹스(Intersex·간성) 등 성소수자를 위한 별도의 성별 표기를 마련했다.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빛 전등을 켠 백악관(사진=AFP)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미국 국무부가 남성과 여성이 아닌 다른 성(性)을 가졌다는 것을 표기할 수 있도록 여권에 ‘X 성별’을 추가했다고 보도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양식 업데이트가 내년 초 완료되면 모든 여권 신청자에게 이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라며 “X 성별 표기를 시작으로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자유, 존엄성, 평등을 증진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X 성별 표기 여권의 첫 수령자가 누군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성소수자 인권 단체인 람다 리갈은 인터섹스로 태어난 다나 짐이 X 성별이 표기된 여권을 처음으로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짐은 어릴 때 수술을 받아 남성의 삶을 살아왔으며, 2015년부터 성별 표기를 문제로 국무부와 소송을 벌여왔다.

짐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새 여권의 성별 아래 표시된 ‘X’를 보았을 때 나는 눈물을 흘릴 뻔했다”라면서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강요하지 않는 여권을 갖는 것은 나에게 큰 해방감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전향적인 젠더 정책의 배경으로는 바이든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줄곧 젠더 문제에서는 진보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과거 오바마 전 대통령과 러닝메이트를 맺었을 때에도 동성 결혼 합법화를 주장했다. ‘시민 결합’을 주장하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의 갈등 끝에 동성 결혼 합법화로 정책을 수정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트랜스젠더의 군복무 금지를 철폐하는 것을 포함해 트랜스젠더 권리를 제한하는 모든 트럼프 행정부 규칙을 뒤집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동성애자 인권 문제의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여권의 성별 표기를 변경했다고 분석했다. 이미 미국에 앞서 캐나다, 독일, 호주, 인도, 뉴질랜드에서는 여권에 제3의 성을 표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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