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요한 "그만두려 했는데…붙잡아준 팬들 보며 눈물"[인터뷰]①

김현식 기자I 2022.12.01 16:10:00

정규 4집 '타임머신' 발매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타임머신을 타고 튀어버리고 싶었어요.”

한요한이 정규 4집 ‘타임머신’을 완성해 내놓기 전 ‘가수 활동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깊은 슬럼프에 빠져살았다고 고백하며 꺼낸 말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작업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한요한은 “힙합신 안에서 나를 증명하고 명예를 얻어내는 것에 대한 흥미를 잃은 뒤 꽤 오랜 시간 동안 깊은 골짜기에 빠진 채 지냈다”며 “플레이어 활동을 아예 그만둘까 하는 고민을 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한요한은 기타리스트로 먼저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가 가수로 전향한 뒤 록힙합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들로 활동하며 힙합신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다. 2019년엔 딩고 프리스타일 프로젝트 음원 ‘띵’으로 음원차트 1위까지 찍었고, 이듬해 키드밀리가 피처링한 ‘400km’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2집 ‘원기옥’으로 호평을 얻으며 인기 상승세에 터보 엔진을 달았다.

그런데 한요한은 ‘원기옥’을 “돈을 가장 많이 벌게 해준 앨범이자 슬럼프의 시작점이 된 앨범”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2집 발매 후 ‘다음 앨범으로 더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운동 선수들이 커리어 하이를 찍은 뒤 슬럼프를 겪는 것과 비슷한 증상이었다”고 말했다.

창모, 스윙스, 호미들, 노엘, 버벌진트 등과 작업한 곡들로 채워 2집 이후 1년여 만인 지난해 발표한 3집 ‘초희귀종’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알고보면 슬럼프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쓴 끝에 완성한 결과물이었단다.

한요한은 “2집 이후 겪은 번아웃을 극복함과 동시에 다시 나를 증명해 보이자는 생각을 하면서 완성한 앨범이었다. 그런데 3집 발매 이후 더욱 더 깊은 슬럼프에 빠지게 됐다”면서 “그 이후로는 뭔가를 하고 싶은 생각이나 욕구가 없어서 ‘그만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고, 영화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튀어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 한요한을 붙잡아 타임머신에 오르지 못하도록 막은 건 팬들이다. ‘학원 가는 버스 안에서 형 노래를 매일 듣는다’고 말해준 꼬마 팬, ‘시원시원한 노래 덕분에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40대 주부 팬, ‘한요한 음악을 함께 즐기며 여행을 다닌다’는 커플 팬까지. 팬들이 SNS를 비롯한 다채로운 소통 창구를 통해 전한 감동의 메시지는 식었던 한요한의 음악 열정에 다시 불을 지폈다.

한요한은 “다양한 연령대 팬들에게 받은 응원 메시지를 읽으며 내 음악이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분들의 일상에 파고들어가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됐다”며 “내가 그분들과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함께하는 대상이 됐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했고 음악으로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팬들의 응원이라는 자극제를 얻은 한요한은 그렇게 총 10개의 트랙을 담은 4집을 완성했다. 그리고 4집 앨범명을 ‘타임머신’으로 정했다. 한요한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타임머신이 앨범으로 완성한 셈”이라면서 “이젠 사라져 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팬들과 함께 하는 음악 여행을 하기 위해 타임머신을 탈 생각”이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한요한은 이미 팬들과 타임머신에 동반 탑승했다. 4집 발매 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있는 예스24라이브홀에서 단독 공연을 펼쳐 팬들과의 음악 여행을 즐긴 것이다. 버킷리스트에 적은 목표 중 하나를 이뤄낸 공연이라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단다.

한요한은 “예스24라이브홀은 버벌진트 형님이 공연할 때 기타를 쳤던 곳이자 기리보이가 공연할 때 피처링 아티스트로서 섰던 곳”이라면서 “힙합판에서 입지를 다진 아티스트라면 거쳐야 하는 관문 같은 곳인 만큼 언젠가는 꼭 내 이름을 내건 단독 공연으로 무대를 펼쳐보고 싶었는데 그걸 이뤄내게 되어 뿌듯함과 감사함을 느낀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공연으로 팬들과 만나지 못하게 된 점도 슬럼프에 빠지는 데 영향을 미쳤던 만큼 감동이 더 크게 다가왔다”면서 “팬분들이 노래를 ‘떼창’해줄 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많은 분들에게 에너지를 얻으며 음악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인터뷰를 통해 팬들에게 꼭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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