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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 한국 특유의 묘미 더한 '무비컬'

장병호 기자I 2020.01.09 06:00:00

- 심사위원 리뷰
뮤지컬 '빅 피쉬'
동명소설 및 영화 원작 무대로
한국만의 차별화된 실험과 매력 돋보여

뮤지컬 ‘빅 피쉬’의 한 장면(사진=CJ ENM).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 ‘무비컬’이란 원작이 영화인 뮤지컬을 두고 부르는 신조어다. 말 그대로 영화를 의미하는 무비(Movie)와 무대 위 예술세계인 뮤지컬(Musical)을 더했다. 관객은 이미 알고 있는 영화 속 이야기를 평면의 스크린이 아닌 무대라는 입체적 공간에서 다시 즐기니 매력적일 수밖에 없고, 저작권이 있는 영화사는 빛바랜 콘텐츠의 생명력을 되살려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어 반가울 수밖에 없는 현대 문화산업의 진화다.

뮤지컬 ‘빅 피쉬’(2019년 12월 4일~2020년 2월 9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가 그렇다. 원작은 독특한 색감과 기발한 이미지, 기괴한 소재를 다루기로 유명한 팀 버튼 감독이 1998년작 다니엘 월러스의 동명 소설을 가져다 2003년 빅 스크린용 콘텐츠로 만든 것이다. 제작 당시 팀 버튼은 아버지를 실제로 여의었는데, 작품에 담긴 페이소스나 아련함, 그리고 끝내 아버지의 허풍마저 인정하게 되는 코끝 시큰한 감수성은 팀 버튼의 개인적 체험과 크게 무관하지 않다.

‘빅 피쉬’가 뮤지컬로 만들어진 것은 영화가 제작된 지 10년 만인 2013년이다. ‘프로듀서스’ ‘컨택트’ 등으로 유명한 수잔 스트로만이 연출과 안무를 맡았고, 뮤지컬 ‘아담스 패밀리’로 토니상 후보에 올랐던 앤드루 리파가 음악을, 최근 뮤지컬 영화로 인기를 누렸던 디즈니의 ’알라딘‘에 참여했던 작가 존 어거스트기 극본 작업을 했다.

많은 무비컬들이 그렇듯 뮤지컬 ‘빅 피쉬’ 역시 단순한 영상의 무대화에 만족하지 않았고, 덕분에 특별한 비주얼이 그만의 매력을 뽐내게 됐다.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후 2017년 호주 시드니에 이어 같은 해 영국 런던에서도 막을 올려 인기를 누렸다. 2019년 끝자락에 우리나라에서 막을 올린 한국어 버전은 또 다른 차별화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브로드웨이 버전과 웨스트엔드 버전의 장점들을 결합해 한국 공연만의 묘미를 더했기 때문이다. 영어권 무대에서는 만날 수 없던 인형의 등장은 그래서 독특하고 특별한 한국 프로덕션만의 볼거리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인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 역으로 젊은 이완 맥그리거와 장년의 앨버트 피니가 나눠서 등장하지만, 뮤지컬에서는 한 배우가 50여 년의 세월을 넘나들며 다양한 연기 변신을 하는 파격을 선보인다. 마치 ‘지킬 앤 하이드’나 ‘맨 오브 라만차’ 같은 한 배우의 폭넓은 연기 변신을 보는 것이 매력이자 재미다. 한국 관객들의 취향을 감안한다면 뮤지컬 ‘빅 피쉬’의 대중성은 그 극적 구조로 이미 합격점 이상이라 인정할 만하다.

‘빅 피쉬’는 한국 기업인 CJ ENM이 글로벌 공동프로듀서로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CJ ENM은 한국 창작뮤지컬의 해외 진출 모색은 물론 ‘보디가드’ ‘킹키부츠’ ‘빅 피쉬’ ‘물랑루즈’ 그리고 머지않아 막을 올릴 예정인 브로드웨이 신작 ‘어거스트 러쉬’나 웨스트엔드 새 뮤지컬 ‘백 투 더 퓨쳐’ 등의 제작에 공동참여해 한국 뮤지컬의 외연을 확장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빅 피쉬’가 비교적 빠른 시간에 국내에 소개된 것이나 다른 국가에서와는 차별된 한국 프로덕션만의 실험과 매력을 더하게 된 것도 엇비슷한 배경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만큼 대한민국 뮤지컬 산업이 글로벌 공연가를 향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응원의 마음이 보태져 무대로 보내는 박수 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뮤지컬 ‘빅 피쉬’의 한 장면(사진=CJ ENM).
뮤지컬 ‘빅 피쉬’의 한 장면(사진=CJ ENM).
뮤지컬 ‘빅 피쉬’의 한 장면(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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