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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느 하늘도로를 달리고 있나 보다. 차창 밖으론 해가 지고 있다. 어스름한 듯 뚜렷한 시간이 보인다. 거기에 매단 속도감은 덤이다. 붙잡을 것과 떠나보낼 것의 경계가 선명하다.
젊은 작가 김혜원(27)은 늘 보는 ‘흔한 것’을 화면에 옮긴다. 하늘색, 구름모양, 햇살온도는 차라리 기본이다. 모기장 안에서 내다본 바깥, 주차장에 그어둔 선, 지하철 승강장에 버려진 연양갱까지 작가의 눈을 피해가는 일상은 하나도 없어 보인다. 하다못해 이 장면도 그렇지 않은가. ‘해 질 무렵 타다를 타고 본 풍경’(2019)이라 했다. 굳이 ‘타다’라고, 그림에선 확인할 방법도 없는 디테일을 얹어.
단순히 유채·수채로만 길을 잡지 않은, 작품제작에 기울이는 다채로운 시도도 눈에 띈다. 리넨·면 소재의 십자수천으로 캔버스를 씌우고, 물·고무를 섞어 만든 불투명한 수채물감(구아슈)으로 색과 질감을 냈다. 번진 듯 바닥을 드러낸 배경과 또렷한 사물의 구획은 이들 장치가 만들었다.
세밑이면 하루하루 지는 해가 예사롭지 않은 법. 그때의 풍경이 아니어도 그때인 듯 마음을 흔든다.
1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로 원앤제이갤러리서 강석호·노은주·박정인·서동욱·손현선·이호인·정용국·조우빈·최모민과 여는 기획전 ‘재현의 방법’에서 볼 수 있다. 리넨·면을 바느질한 십자수천 캔버스에 구아슈수채. 33.3×24.3㎝. 작가 소장. 원앤제이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