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SK의 고민, '선발 불펜화' 3연속 실패

박은별 기자I 2013.06.17 15:52:12
이만수 SK 감독(가운데).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SK의 불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시즌 세 번째로 선발 투수를 불펜으로 돌려봤지만 이번에도 실패했다. 불펜진에 대한 고민만 더 부각됐고 마운드에 미치는 영향도 더 커진 셈이 됐다. 엎친데 덮친 격, SK에 진짜 위기가 왔다.

SK는 16일 KIA전에서 또 한 번 패했다. 7위를 벗어나지 못하며 1위 삼성과는 어느새 10.5게임차까지 벌어졌다. 4위 KIA와도 6.5게임차다.

무엇보다 이만수 SK 감독이 중위권 도약을 위해 나름 승부수를 띄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SK로선 아쉬운 부분이다. ‘선발진의 불펜화’가 적중하지 못하고 있다.

SK의 큰 고민은 불펜에 있다. 9구단 전체 홀드 개수(11개) 꼴찌. 세이브도 리그 6위(13개) 수준이다. 구원투수의 성적은 5승8패 13세이브 평균자책점 5.22로 한화, NC 다음으로 뒤에서 세 번째다.

불펜 투수들을 1군-2군을 오가게 하며 테스트를 해보곤 있지만 이만수 감독의 판단에는 믿고 맡길만한 불펜 투수들이 없는 상황이다. 이 감독이 선발 투수들을 불펜으로 돌리는 강수를 선택한 이유다.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흐름을 바꾸려는 승부수. 그러나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표 참조>
불펜으로 나선 SK 선발투수들. 자료제공=베이스볼S(박종현)
지난 4월28일 에이스 레이예스를 4-4 동점인 상황에서 구원등판시킨 것이 시작이었다. 내용은 썩 나쁘지 않았지만 SK는 결국 무승부에 만족해야했다. 또한 지난 달 30일에는 휴식일을 이용해 김광현을 불펜으로 돌렸다. 레이예스가 조기강판당하며 2회 일찍 마운드에 올랐지만 이 역시 결과는 실패였다. SK는 패했다.

16일 KIA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4일 휴식 후 등판한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우고 윤희상을 불펜대기시켰다. 지난 11일 두산과 경기서 김광현은 올시즌 가장 많은 114개의 공을 던지며 7회까지 버티고 승리투수가 된 바 있다. 폭우 속에서 경기를 치르느라 체력소모가 컸던 김광현이지만 SK는 8일을 쉰 윤희상 대신 KIA전에 강한 김광현을 선발로 투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웃을 수 없었다.

보통은 그러한 승부수는 이기는 경기를 확실히 이기기 위해 던지는 것이 보통. 레이예스 경우를 제외하곤 모두 지는 상황에서 선발들이 등판했기 때문에 결과가 눈에 띄진 않았다. 승부수라고 하기엔 효과가 적을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무엇보다 뼈아팠던 건 오히려 부작용이 더 컸다는 점이다. 특히 레이예스의 내리막이 그날 경기 이후로 두드러졌다. 4월28일 이전 레이예스의 평균자책점은 3.05. 이후 평균자책점 5.44까지 올랐다. 중간 등판이 레이예스 부진에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순 없었다.

전날 불펜 아르바이트를 한 윤희상도 잘 버티긴 했지만 최근 들어 불규칙해진 선발 등판 간격에 컨디션을 조절하기 쉽지 않았다는 단점이 보인 등판이었다. 김광현도 윤희상도 결과적으론 그 누구도 웃지못할 결과였던 셈이다.

사실 선발 투수를 불펜으로 돌리는 것은 시즌 중 흔히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순위가 결정되기 직전인 가을이나 포스트시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기용법이다. 투수의 밸런스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좀처럼 택하지 않는다.

몸을 푸는 것부터 선발, 불펜 투수들은 미세하게 다를뿐더러 완급조절이냐 전력피칭이냐 등 상황에 대한 피칭 스타일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A팀의 한 투수코치는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투수의 밸런스 측면에서 선발의 구원화가 꼭 좋은 일만은 아니다. 한 투수가 밸런스에 영향을 받게 되면 도미노 현상처럼 다른 투수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고간 경험이 많은 한 투수도 “투수로선 보직이 분명하지 않을 때가 힘들다. 불펜 등판이 쉬운 일 같지만 밸런스를 잡는데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승부수는 언제, 어느 상황에 쓰느냐가 그 내용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한다. 상황과 때에 따라 승부수가 독이 돼기도 하고 약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결과로만 보면 SK가 나름 띄우고 있는 승부수는 독이 되고 있는 셈이다.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는 기반을 마련하기는 커녕 SK의 가장 자랑거리였던 선발 투수들의 밸런스에도 영향을 주고 말았다. 불펜진의 자신감 하락 역시 ‘선발진의 불펜화’ 전략에서 비롯된 부작용이다. 코칭스태프의 믿음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등판은 불펜 투수들을 점점 더 위축되게 할 수 밖에 없다.

SK는 흐름을 바꾸려는 승부수를 띄우곤 있지만 횟수에 비해 성과가 너무 없다. 반대로 부작용만 더 도드라져 보이는 역효과만 내고 있을 뿐이다. 팀 창단 후 최악의 승률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SK. 과연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