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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가해자'에게 '피해자' 정보 넘긴 교사..벌금300만원

박정수 기자I 2023.03.29 07:58:17

학폭자치위원회 화해 권유에 학폭 피해자 재심 신청
재심서 가해학생 서면사과·피해자 접촉 금지 등 결정
가해학생 부모, 행정심판 청구…교사가 피해자 개인정보 넘겨
대법 “개인정보 유출하고 비밀 누설 고의 있었다”…벌금 300만원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개인정보를 가해 학생 부모에게 넘긴 교사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학교폭력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피고인 A씨는 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선생님으로 재직했던 사람이고,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생활지도부장을 지냈다. 피해자 D는 2015년 당시 해당 중학교 1학년 학생이었는데 2015년에 동급생인 가해학생 E, F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신고를 했다.

하지만 학교폭력자치위원회는 2015년 11월 가해학생들에 대한 징계 없이 화해 권유를, 같은 해 12월 가해학생들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

피해자는 재심을 신청했고 2016년 1월 서울특별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는 가해학생들에게 각 1호 처분(서면사과), 2호 처분(피해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보복행위 금지)의 재심 결정을 했다.

이에 가해학생들의 부모들은 2016년 2월 재심의 결과에 불복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활지도부장이던 A씨는 가해학생 부모들로부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 청구, 학교안전공제보상심사위원회의 심사에 제출할 자료를 요구받았다.

이에 A씨는 2016년 2월 가해학생의 부모에게 피해 학생의 이름과 ‘학생 정서·행동 특성 검사’ 결과가 담긴 의견서 파일을 이메일로 전달했다.

1심은 A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 A씨는 가해자 부모에게 이메일로 의견서를 전송한 날 문자메시지에 ‘학교의견서’도 함께 보내겠다는 의사를 명시했다”며 “피고인 외에 가해학생의 부모들과 직접 연락하고 접촉한 학교관계자가 없고, 피고인 외에 이 사건 의견서를 가해학생의 부모들에게 유출할만한 사람도 없어 보인다”고 봤다.

특히 “피고인은 국가인권위원회 제출 목적으로 작성된 이 사건 의견서를 학교장으로부터 건네받아 검토 후 보관하다가 그와는 무관하게 가해학생들의 행정심판청구 등을 도울 목적으로 의견서를 유출했다”며 “피고인에게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비밀을 누설한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검사결과 자체를 유출한 것은 아니고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이 사건 의견서를 유출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A씨는 피해자의 ‘학생정서·행동특성 검사’ 결과는 이미 가해학생 측도 인지하고 있었던 사실이므로 이 결과가 기재된 의견서가 공적인 기관에 제출된 것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도 유죄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설령 피해자 검사 결과가 추상적인 소문으로 알려져 있었다고 하더라도 정확한 수치와 함께 상세한 내용이 기재된 서면이 제공됨으로써, 비로소 가해학생이나 가해학생의 학부모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비밀누설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벌금형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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