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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흥행에도…공모株 절반이 상장후 주가 '털썩'

이지현 기자I 2021.02.10 03:00:00

1월 IPO 성적표 청약 흥행에도 2곳 중 1곳 시초가 이하로 주가 ‘뚝’
상장 첫 날 외국인 기관 대거 ‘팔자’…낮은 확약 비중 확인 필요

[이데일리 이지현 권효중 기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공모주 붐이 올해로 이어지며 한층 더 뜨거워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LG에너지솔루션 등 IPO 특급 대어들이 올해 상장 준비에 들어가자 연초 기업공개(IPO)부터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 성적표는 영 신통치 않다. 씨앤투스성진(352700)은 벌써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31%나 된다. 투자 전문가들은 모든 공모주가 100%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며 신중한 투자를 조언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장투’ 아닌 ‘단타’ 場 된 IPO


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달 IPO기업은 총 10개사다. 이 중 9개사가 공모가 대비 수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시초가 대비 수익률은 5개사에 불과하다. IPO기업 2곳 중 1곳은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고 시초가 이하로 주저앉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장 첫날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 폭탄이 시장에 투하되며 내림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최근 상장한 피비파마(950210)(구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상장 첫날 500만주가 시장에 쏟아지며 공모가 이하로 하락했다. 외국인이 226만주를, 기관이 284만주를 팔아치웠다. 유가시장으로 상장한 솔루엠(248070)도 상장 첫날 기관이 184만주를, 외국인이 73만주를 팔아치웠다. 이들 기업에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일정기간 팔지 않겠다는 보호예수 확약 비중은 19.31%, 20.79%다. 씨앤투스성진(1.70%)과 모비릭스(5.73%)의 보호예수 확약 비중은 더 낮은 상태다.

일반청약 전 외국인과 기관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물량이 배분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공모주의 몸값만 잔뜩 올려두고 ‘먹튀’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4개 기업은 공모희망가의 최상단에서 공모가가 책정됐고 6개 기업은 공모희망가를 초과해 공모가가 책정됐다. 여기에 상장 첫날 매겨지는 시초가는 2개 기업을 제외하고 모두 공모가의 2배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과 기관에서는 공모가 2배 정도의 수익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한 투자전문가는 “1월 IPO기업의 확약비중을 보면 채 30%가 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되면 시장에 흘러나올 물량이 많아지게 돼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투자 전 확약비중을 살피는 게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경쟁률=수익률’ 아냐

기업에 대한 분석 없이 높은 경쟁률만 보고 공모청약에 참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쟁률이 높아도 실제 상장 후 주가가 신통치 않은 경우가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올해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엔비티(236810)는 공모가(1만9000원) 대비 수익률(이날 종가 기준)은 32%에 불과하다. 상장 첫날 4만9000원을 터치하기도 했지만 이후 차츰 내림세를 보이며 2만원대에서 조정받고 있다. 공모가에 주식을 확보했다면 1주당 6000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시초가(3만8000원)에 주식을 매수했다면 34%(1만3000원) 손실이다.

선진뷰티사이언스(086710)는 1987.74대 1로 두번째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1만1500원) 대비 수익률은 127%, 시초가(2만3000원) 대비 수익률은 14%다.

반면 올 들어 가장 낮은 경쟁률(237대 1)을 기록한 피비파마(950210)의 수익률은 56%다.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10% 낮게 책정되며 매도물량이 쏟아져 장중 2만4200원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3거래일 연속 강세 속 5만원에 장을 마쳤다.

예측불가 상황에서 청약 주관사가 내건 프리미엄도 통하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 상장한 마스크 필터 제조업체 씨앤투스성진(352700)은 수요예측 경쟁률 1010대 1, 청약경쟁률 674대 1로 흥행에 성공했다. 상장 주관사였던 미래에셋대우가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10% 이상 밑도는 경우 주관사가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이를 되사주는 ‘풋백 옵션’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장하자마자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시초가가 공모가(3만2000원)보다 1% 낮은 3만1700원에 책정됐고 꾸준한 내림세를 보이며 이날 2만3350원에 장을 마쳤다. 주당 31%의 순손실을 기록 중인 셈이다.

공모주에 15년간 투자해 온 박동흠 회계사는 “공모주는 1년간 꾸준히 지속해서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며 “대어는 1년에 몇 개 되지 않고, 작은 종목에서 오히려 수익이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기술 특례상장이 늘어나면서 영업손실인 기업들이 많아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잘 알려지지 않거나 작은 바이오 기업의 경우 상장 첫날부터 분위기를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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