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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식품산업대전망]①'집밥 2.0 시대', 식품업 격변 온다

최은영 기자I 2021.01.06 05:00:00

서울대푸드비즈니스랩-이데일리 공동 기획
백종원 '집밥 1.0 시대' 지나 코로나로 '집밥 2.0 시대' 개화
'건강한 간편식' 소비자 요구 변화 주목해야
일상식은 간편하게, 직접 조리는 특별하게…'집밥도 양극화'
새로운 기회, 각 가정의 주방에서 찾아라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 2015년 TV에서 외식사업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음식을 쉽게 뚝딱 만드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자신감을 얻어 주방으로 들어갔다. 집밥 1.0 시대의 시작이다. 간편한 조리를 도와주는 다양한 소스류, 반조리 및 완조리 식품들이 등장했고 이후 2년간 외식산업은 위협받았고 식품제조업은 간편식으로 급성장했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소장(사진=이데일리DB)
2017년은 스타셰프 전성시대였다. 미쉐린 레스토랑이 등장하고, 전통의 노포(老鋪)가 재조명 받았다. ‘평냉’(평양냉면)의 열풍이 대단했고, 맛집을 찾아 전국을 도는 식객이 생겨났다. 이후 외식산업의 성장은 식품산업과 선의의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대한민국 식음료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식품산업의 호황기는 엉뚱하게도 코로나와 함께 다시 도래했다. 지난해 코로나 발생 초기, 사람들은 집안에서 몇 달만 버티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라면과 컵밥 등 비상식량을 집에 쟁여 두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5월이 지나면서 이 사태가 금방 끝나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국민들은 긴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음식 구매 및 섭취 행동을 바꾸기 시작했다. 집밥 2.0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식품 및 외식업계는 2021년의 또 다른 이름, ‘집밥 2.0 시대’에 맞는 생존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무엇보다도 집밥 2.0 시대 간편식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지난 집밥 1.0 시대 당시와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1.0 시대에 간편식은 ‘간편하고 맛있는 것’이면 됐다. 2.0 시대 소비자는 ‘간편하면서도 신선하고 또 건강한 간편식’을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기존의 간편식에서 찾아보기 힘든 신선한 채소의 식감에 대한 욕구가 올라가고, 달지만 저당, 짜지만 저염인 간편식을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잘 손질한 신선 식재료와 절대 실패하지 않는 레시피의 소스가 동봉된 밀키트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해물탕, 부대찌개, 밀푀유나베, 고기 야채 볶음 등 간편식으로 구현이 어려운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 ‘신선한 간편식’으로 새롭게 포지셔닝할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지 국·탕류 밀키트 (사진=프레시지)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간편식(RMR)이 코로나로 외식이 제한된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으며 새벽배송 업체를 중심으로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에 타격을 입은 외식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RMR을 개발하기 위해 식품 제조사와 협업하고 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간편식의 고급화를 이끌게 될 것이다. 또한 소, 돼지 등의 육류 단백질 일변도의 간편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작용으로 칼로리가 낮고 소재가 다양한 해산물을 활용한 간편식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간편식은 계속 성장하겠으나 집밥 2.0 시대에 소비자들이 직접 조리를 할 때에는 다양하고 이국적인 조미, 향신, 소스 등을 이용함으로써 무난한 맛의 간편식과는 다른 방향으로 조리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각 가정의 주방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 주부들의 비대면 ‘일상 장보기’ 행동을 마트로부터 빼앗아 오기 위한 새벽배송 업체들과 이를 지키기 위한 기존 마트의 경쟁이 격렬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이 최근 출간한 ‘푸드 트렌드 No. 4 집밥2.0’.(도서출판 이김)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은…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은 식음료 및 외식업, 농산업에서의 산업 전략, 마케팅, 상품 기획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최근 여러 기업과 협업해 식음료 및 외식업 분야에서 신상품 콘셉트를 개발하고, 음식이 지닌 다양한 가치를 발굴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마케팅 전략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CJ제일제당, 풀무원, 롯데칠성 등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개별 농가와도 협업하고 있으며 최근 토종돼지, 토종닭, 토종꿀, 토종곡물 등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종자를 상품화하는 연구를 국가 R&D 및 관련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수행하고 있다. 매년 ‘푸드 트렌드’를 출간해 식품 산업 분야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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