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의 사람이야기]기업들, 더 크게 말하라

편집국 기자I 2020.12.03 06:00:00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일자리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 쇼크가 본격화한 지난 2분기 일자리 증가율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제조업 일자리는 3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일자리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2030 일자리가 16만4000개 사라지는 동안 노인 일자리는 22만5000개 늘어났다. 노인의 일자리는 앞으로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노인 일자리를 올해 74만개에서 내년엔 80만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코로나 경제블록으로 제조업 리쇼어링에 대한 강한 공감대가 형성된 글로벌 동향과는 온도차가 상당해 보인다. 좋은 일자리는 누가 만들까. 왜 실종되고 있을까.

설상가상 고졸 실업계의 취업률도 최악을 기록하며 ‘일자리 사다리’의 붕괴로 이어졌다. 그 덕에 대학 진학이 강요되는 게 현실이다. 자연스레 대학의 구조조정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흡사 도미노 현상이다. 제조업은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고, ‘52시간’은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근로자의 임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노동환경이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 또한 심대해지고 있다.

아울러 ‘공정(?)경제 3법’ 입법이 논의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재계도 뜻을 모아 다방면으로 부작용에 대해 설득했지만 여당은 어떻게든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국민의힘마저 원칙적 찬성 입장을 내비치자 막다른 골목에 몰린 형국이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속수무책이다.

개별 사안과 쟁점에 대한 단기적 대응은 대응대로 하되, 정치권력의 일방통행에 힘 한번 못써보고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서 고민해볼 때다. 이 지형과 구조를 그대로 두고 예측 가능한 기업경영과 국가경제의 발전을 말하기 어렵다. 정치지형의 변동에 따라 늘 요동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태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경제계의 안이한 대응이다. 국가의 방향은 보통 다수 국민들의 여론에 따라 결정되고 이는 정책과 법률로 구체화 된다. 이러한 생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시민사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직간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직접 제도를 만들고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에 투신한 것이다. 그에 비하면 재계는 미온적이다. 기업을 규제하는 정책이나 법안이 도입되려 할 때마다 ‘반기업, 친노동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국민들에게 이러한 목소리가 얼마나 잘 전달 될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여론의 향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법과 정책을 만드는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당선과 집권에 도움이 되는 쪽에 더욱 기울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그랬듯 기업이 정치권력과 불가근불가원 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이제는 정치권력도 국민의 눈치를 보고 국민도 권력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려 하는 세상이다. 그 추세를 읽지 못한 채 급격히 변하는 권력지형, 여론지형을 바꾸기 위해 과연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했는가.

물론 기업들이 운신의 폭을 좁게 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리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음으로 양으로 수혜를 누렸던 기업들에 대한 이른바 ‘원죄’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이 시기의 국내 기업이나 초기 수출기업들이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사실과 정부의 지원을 얻기 위한 방식이 부당하거나 올바르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과거의 일이다. 이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기업은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시장이 심판자인 셈이다. 종전의 과오는 반성을 통해 과감히 떨쳐내고 세계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일이다. 그러려면 균형 잡인 기업인의 시각이 필요하다. 거창하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논하기 전에 ‘기업의 본질’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다. 영리추구와 구성원의 미래 성장이라는 기업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업은 국가의 중요한 기간요소다. 결코 작은 구성 단위가 아니다.

이제라도 기업은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평소엔 정치권과 거리를 둔 채 관심도 없다가 새로운 규제를 들고 나올 때 부랴부랴 대응하면 이미 늦다. 로비의 수준을 넘어 더 많은 접촉과 인적 교류가 필요하다.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라면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정책 지원과 후원에서부터 직접 참여까지 고려해야 한다. 기업들도 정치권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다만 과거와의 단절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으면 좋겠다. 이들의 목소리를 재계의 이익을 위한 일방적인 주장, 부당한 경제력 남용, 지배구조를 위한 전횡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옳지 않은 것은 판단기준과 시스템을 바로잡아 개선해야지, 벼랑 끝으로 몰아 세워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에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기업은 일자리다. 일자리는 기업이 책임을 가지고 추진하고 투자할 때 늘 수 있다. 기업이 앞장서고 사회가 응원하고 정부가 문제를 사전에 제거해주는 3박자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하나의 세력이 되고 사회를 향해 응집된 목소리를 일관되게 발신했을 때만이 여론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 이러한 정치참여는 음습한 정경유착과는 결이 다르다고 믿는다. 재계가 규범과 도덕적 한계 안에서 자신의 입장을 정당하게 밝히고 국민의 선택을 구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 경제계도 정치라는 민주주의 사회의 공식적 의사결정의 장에 들어올 때다.

기업이 만드는 일자리는 국가와 국민의 양식이 되고 세계로 향하는 첨병이기에 바른 성장과 기여는 우리에게 더 큰 과실로 되돌아 올 수 있다. 더욱이 기업의 결실과 열매는 마지막 한 톨까지 이 땅에 남겨 놓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코 개인이 가지고 떠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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