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택도시기금, 건설사 상대 ‘이자놀이’하나

김미영 기자I 2020.05.27 05:45:00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정부가 이자놀이한다는 오해를 살 법한 상황이다.”

서울 한 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의 말이다. 건설사가 민간임대주택을 짓는 데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정부의 주택도시기금 이자율이 너무 높다는 얘기였다.

민간임대주택 건설 자금 융자엔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주택도시기금 운용계획에 따라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이 이 금리는 4년이 다 되도록 고정돼 있다. 30가구가 넘는 장기일반 민간임대주택을 짓는 자금을 빌리려면 최고 3.0% 이자를 내야 한다.

반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제로금리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2019년 7월 이후 3차례 연속 인하해 3월부터는 0.75%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가중평균금리는 3월 기준 2.94% 수준이 됐다. 정부에서 빌린 돈보다 은행 이자가 싸졌다는 얘기다. 공공성을 띤 임대주택을 지으려 나섰던 건설사들이 금리역전으로 손해를 입는 뒷통수를 맞은 상황이다.

역대 최저로 금리가 떨어진 뒤 건설업계에서 융자금 이자율 인하를 건의했음에도 정부에서 두달여 동안 감감무소식인 건 ‘복지부동’ ‘늑장’ 행정이라 지적될 만하다. 주택도시기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기금 운용계획에 직접 관여하는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모두 적극행정과는 거리가 먼 처사를 보이고 있다.

역시 주택도시기금을 이용하는 개인대출만 이자율을 낮춘 건 ‘전시용’이란 의심까지 낳고 있다.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서민들이 집을 사거나 전세를 구할 때 이용하는 디딤돌대출, 버팀목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45% 내렸다. 국민적 체감도가 높은 개인대출은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낮춘 것이다. 서민주거안정을 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 정부가 주택구입 대출, 전세자금 대출 이자로 허덕이는 서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린 결정일 테다. 하지만 정부는 간과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민간임대주택을 짓는 데 드는 돈의 이자 부담도 결국은 서민들에게 흘러간다. 입주민들 임대료를 불린다. 개인대출 금리인하가 생색내기용이 아니라면 형평을 맞추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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