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트로트 아닌 전통가요…나훈아가 옳다

김은구 기자I 2021.01.25 05:30:00
[이데일리 김은구 기자] ‘내일은 미스트롯2’, ‘트롯 전국체전’, ‘트롯신이 떴다’, ‘트로트의 민족’, ‘보이스트롯’, ‘트롯파이터’, ‘나는 트로트 가수다’….

현재 방송 중이거나 최근까지 방송됐던 트롯 소재 프로그램들이다. 다수의 채널이 엇비슷한 시기에 같은 소재를 활용한 프로그램들을 잇따라 선보인다는 것은 그 만큼 트롯 열풍이 뜨겁다는 방증이다. 80세가 넘는 노년층이 송가인, 임영웅의 노래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어린이집, 유치원에는 영탁 ‘찐이야’를 비롯한 댄스 트롯의 춤과 노래를 아이들에게 가르친다고 하니 그 인기는 가히 ‘전국구’다. 방송사들이 이들 프로그램을 소개할 때 사용하는 ‘국민가요’, ‘국민장르’라는 수식어도 이제는 과장되거나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각 프로그램들의 제목을 훑어보다 보면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국민장르’라면서 굳이 장르에 외래어를 사용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용어마저 통일되지 않은 상태로 말이다. 프로그램들의 제목에도 두 단어가 뒤섞여 있을 뿐 아니라 각 방송사, 제작진이 보내는 홍보자료에는 프로그램 제목은 ‘트롯’인데 가수들의 노래는 ‘트로트’라고 장르를 설명하는 식으로 혼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오랜 기간 ‘트로트’라고 표기했던 이 장르를 ‘트롯’이라고 적어 대중 앞에 내놓은 것은 지난 2019년 2월 28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이 처음일 게다. ‘미스트롯’ 제작진은 ‘트롯’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장르를 새롭게 조명하고 신선함을 주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시청자들 중에는 “트로트라고 할 때는 고루한 느낌이 컸는데 트롯이라고 쓰면서 좀 더 세련되고 신세대적인 느낌이 생겼다”는 사람들도 꽤 있다.

트로트의 어원은 트롯의 일본식 발음인 ‘도롯또(トロット)’에서 파생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의 폭발적인 인기에도 이 장르를 ‘일제의 잔재’, ‘엔카의 아류’로 치부하고 폄하하는 일부의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다. ‘미스트롯’을 비롯해 ‘트롯’이라는 표기를 포함해 프로그램 제목을 만든 제작진의 시도는 ‘왜색을 지운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나훈아(사진=예아라)
하지만 국민장르라는 차원에서 생각하면 한걸음 더 나아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가수 나훈아가 과거 이 장르를 ‘전통가요’라고 부르자고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게다. 미국의 남부 및 서부 지역 전통음악들을 대중화한 장르인 ‘컨트리 뮤직’, 일본의 대중음악 ‘엔카’처럼 우리 국민장르를 일컫는 우리말 하나는 있어야 한다.

이 장르가 한국에 들어온 초기인 1920~1930년대에는 엔카의 특징인 단조 5음계를 기반으로 한 곡들이 많았지만 한국인이 좋아하는 리듬감과 민족 고유의 정서를 담아 발전했다는 점에서 우리만의 국민장르로 인정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1940년대 ‘나그네 설움’을 비롯한 장조 곡들이 발표돼 인기를 끌었고 1960년대에는 미국식 대중음악인 스탠더드 팝의 가창방식을 접목하는 시도도 있었다. 최근에는 댄스곡, 라틴음악, EDM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하며 아직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장르명은 이를 모두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작업은 장르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영속성을 갖추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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