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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한가운데서 보는 공연 느껴봐

장병호 기자I 2020.12.03 06:00:00

공연계 실감형 콘텐츠 제작 열풍
VR로 360도 연극 영상 즐기고
클래식 연주 원하는 각도서 감상
영상 현장성 극대화 도전 잇따라

마포문화재단이 제작한 공상집단 뚱딴지의 가족음악극 ‘이솝우화’의 가상현실(VR) 영상 촬영 장면. 360도 카메라를 가운데 두고 배우들이 연기하고 있다(사진=마포문화재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코로나19 이후 공연 영상화의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해온 공연계가 최근 실감형 콘텐츠 제작까지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연극, 클래식 등 여러 장르에서 가상현실(VR), 5G 미디어 기술 등을 공연 영상과 접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앗, 양이다!” 배고픈 여우로 변신한 배우들이 화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여우들이 군침을 삼키며 눈 앞 가까이 다가오자 배우를 코앞에서 마주한 듯 긴장하게 된다. 고개를 돌리면 양 역할의 배우들이 바닥에 누워 뒹굴고 있다. 다시 정면을 바라보니 어느새 뒤로 물러난 여우들이 사냥을 준비한다.

대면공연 축소에 영상 제작 활발해져

지난달 30일 마포문화재단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공상집단 뚱딴지의 가족음악극 ‘이솝우화’의 VR 영상이다.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것으로 유튜브에서 마우스 등으로 화면을 돌려가며 원하는 장면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VR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장비가 있다면 무대 한 가운데 선 것처럼 공연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당초 대면공연을 예정했으나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대면공연을 축소해 진행하고 VR 영상 제작을 선택했다. 마포문화재단 관계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공연인 만큼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연극을 새롭게 체험해볼 수 있도록 VR 영상을 제작해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클래식계도 실감형 콘텐츠 제작에 두 팔 걷고 나섰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5G 미디어 기술인 ‘멀티 뷰’와 ‘멀티 오디오’를 접목한 공연 영상 콘텐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임동혁’을 지난달 30일부터 OTT 플랫폼 웨이브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 크레디아와 협력해 제작한 이번 영상은 11대의 카메라와 40대의 마이크로 연주 장면을 담아 관객이 원하는 앵글을 선택해 보다 생생한 음질로 감상할 수 있다. 롯데콘서트홀도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도슨트로 참여해 공연장을 안내하는 VR 콘텐츠 ‘롯데콘서트홀이 전하는 예술’을 LG유플러스와 함께 제작해 내년 1월 U+VR 앱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계가 실감형 콘텐츠 제작까지 뛰어든 이유는 기존 공연 영상이 공연의 현장성을 담지 못한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평면적이고 일방향적인 기존 영상과 달리 실감형 콘텐츠는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직접 선택해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연의 생생함을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관계자는 “기존의 영상화로는 오케스트라의 본질을 전달하기 힘들다는 고민 속에서 한계를 극복할 방법으로 5G 미디어 기술과 접목을 시도하게 됐다”며 “공연 영상화의 새로운 답을 찾아가는 시도”라고 말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5G 미디어 기술인 ‘멀티뷰와 멀티오디오’를 접목해 제작한 ‘[온:클래식]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임동혁’ 영상 캡처(사진=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OTT업계서도 공연영상에 관심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OTT 업계가 공연 영상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공연계의 실감형 콘텐츠 제작에 활기를 더하는 요소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LG유플러스에서 먼저 콘텐츠 제작을 제안해와서 공연장 인지도 재고 차원에서 함께하게 됐다”며 “추후 반응이 좋다면 추가적인 콘텐츠 제작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공연예술경영 교수는 “실감형 콘텐츠는 관객에게 일정 부분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시도”라며 “새로운 기술을 낯설어 하는 관객도 있는 만큼 장르 특성과 관객 성향, 콘텐츠 성격에 맞춰 실감형 콘텐츠 제작을 시도한다면 부가가치까지 창출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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