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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마음을 병들게 하는 '코로나블루'

김혜미 기자I 2020.07.02 06:00:00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지난달 말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비보가 하나 날아들었다. 억만장자 영화 제작자 스티브 빙이 로스앤젤레스(LA)의 자택 27층에서 추락사한 것. 자살의 정확한 이유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봉쇄조치와 자가격리 기간이 길어지자 평소 우울감을 호소해왔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다. 직접적인 이유는 실업과 외로움 등으로 다양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코로나19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다소 진정되는 듯 했던 지난 4월 이후 잠잠해지는 듯 했지만 다시 늘어나는 듯한 모습이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 국립보건통계센터와 인구조사국이 지난 5월28일부터 6월2일까지 진행했던 한 조사에 따르면 아프리카계 미국인 가운데 불안과 우울증을 호소한 사람들의 비율은 40.5%로, 일주일 전 35.6%보다 늘었다. 같은 기간 백인들의 비율도 32.3%에서 33.1%로 증가했다. 영국에서는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의 80%가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호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블루는 특히 어린아이들에게서 나타날 때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미국의사협회 소아과학회가 중국 후베이성 초등학생 178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23%가 우울감을, 19%가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퍼드대가 영국 내 1만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자가격리 기간 동안 중학생보다 초등학생들이 더 감정적인 문제를 보였다는 학부모들의 체험담이 전해진다.

자가격리가 현재 성장과정 중에 있는 어린이들의 자연스런 상호교류를 막아 단기적으로는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장기적으로는 사회성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것은 그저 우려 섞인 목소리 만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5월 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국민 10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3월 조사 때보다 1.1%포인트 늘어난 18.6%로 집계됐다. 10명 중 2명이 코로나 블루를 앓고 있는 셈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코로나19 재유행 와중에 모두의 관심이 신규 감염과 치료제·백신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정신건강이 등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에 따르면 각국 정부가 정신건강을 위해 책정한 건강보험 예산은 1% 미만에 불과하다. 유엔은 지난 5월 정책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위기가 “중대한 정신건강 위기의 씨앗을 품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부터 6월 초까지 국내에서 코로나 블루를 이유로 진행된 심리상담 수는 37만건에 달한다. 우리나라가 정서상 정신건강 관련 상담이나 진료가 외국에 비해 소극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의 수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우울증은 자살이나 약물 과다복용, 알코올 중독 등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 블루는 당장 1,2년이 아니라 더 오랜 기간 사회를 병들게하는 원인이 될 것이란 국내외 전문가들의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코로나19`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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