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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조선소에서 토굴까지…폐허서 예술로 꽃피다

강경록 기자I 2019.12.13 06:00:00

한국관광공사 추천 가볼만한 산업관광지 3選

부산 영도구 대평동 옛 도선장에서는 아주머니들이 배의 녹슨 표면을 벗겨내기 위해 망치질 하는 소리가 여전히 들려온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독일 슈투트가르트와 뮌헨. 벤츠와 BMW 본사가 있는 이 지역의 랜드마크는 ‘벤츠 박물관’과 ‘BMW 벨트’다. 영국 버밍햄의 ‘캐드버리 월드’도 마찬가지. 2015년에만 약 65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프랑스 앙제르 지방의 ‘메이드인앙제르’은 지역 내 자동차 부품, 전자, 컴퓨터 등 100개 이상의 기업들이 연계해 관광코스에 담아 선보이고 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산업자원을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산업관광’이다. 산업관광은 전통 향토 산업부터 근현대 산업유산, 세계적인 강소기업, 첨단산업체까지 산업시설과 기업박물관 등을 견학하고 체험하는 관광이다. 국내에만 무려 470여곳이 있다. 이 중에서 찬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철 가족 나들이 장소로 전혀 손색없는 국내 산업관광지 세 곳을 추려 소개한다.

충북 음성 한독의약박물관
충북 음성 한독의약박물관 내부


◇내가 만드는 소화제 ‘음성 한독의약박물관’

휴대폰 증강현실을 통해 1960년대 소화제를 만들던 기계 ‘당의기’가 작동을 시작하고, 알약 소화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체험한다. 허준, 파스퇴르 같은 의약계의 위인과 기념사진도 찍고 내 손으로 직접 소화제, 손 소독제를 만들 수 있다.

충북 음성의 한독의약박물관은 1954년 한독이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의약 전문박물관이자 기업박물관이다. 고려시대 왕실에서 사용하던 청자상감상약국명합(보물 제646호), 한글 처방전이 적힌 구급간이방(보물 제1236호), 허준의 동의보감 초간본 등 보물 6점을 포함해 동서양 의약 관련 유물 2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국제전시실에 전시한 19세기 ‘독일약국’은 독일에서 약병은 물론 테이블, 선반, 나무 기둥까지 해체해서 들여와 다시 조립했다. 페니실린을 최초로 발견한 플레밍 박사 연구실을 재현한 세트도 인기다. 예약하고 방문하면 개인이나 가족은 ‘박물관 관람+의약체험 프로그램’, 단체는 ‘박물관 관람+공장견학+체험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

충북 음성 한독의약박물관의 흥미진진한팩토리투어


△여행코스= 한독의약박물관 → 0.1km 2분(도보), 흥미진진한 팩토리 투어센터 → 31.3km 30분(승용차),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주변관광지= 흥미진진한 팩토리 투어센터는 음성 대표 기업의 생산 제품을 전시한 곳이다. 그린팩토리는 큰 나무 화분이 싱그러운 카페, 플레이팩토리는 ‘사랑의 묘약’ 등 한독의약박물관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붉은 벽돌로 쌓아올린 건물이 인상적인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는 국내 병입 크래프트 맥주의 첫선을 보인 수제 맥주공장. 맥주 브랜드인 ‘아크’(ARK)를 생산하고 있다.

충북 영동 와인터널


◇영동 와인의 모든 것 ‘영동 와인터널’

형광 빛의 탐스러운 포도가 주렁주렁 달린 ‘포도밭여행’을 지나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로 떠나는 ‘와인문화관’, 와인병과 오크통이 가득 쌓인 ‘와인저장고’를 만나는 곳. 충북 영동의 영동와인터널에서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와인 여행을 할 수 있다. 영동 포도는 높은 일교차와 풍부한 일조량 덕에 전국 생산량의 13%를 차지한다. 개성 넘치는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도 40여 곳에 달한다. 이러한 영동 와인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공간이 영동와인터널이다. 420m 길이의 터널에 와인의 역사와 문화, 쓰임새, 각 나라의 주요 와인 등 포도, 와인과 관련된 10가지 테마공간을 마련했다. 와인에 대한 정보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들이 함께하는 포토존, 일제강점기 시절 탄약고 용도로 파놓은 아픈 역사가 담긴 토굴, 파노라마 영상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환상터널 등 다채로운 볼거리에 눈이 심심할 틈이 없다. 와인체험관에서는 시음과 함께 마음에 드는 와인을 살 수 있다.

충북 영동 월류봉


△여행코스 = 영동와인터널 → 1km 3분(승용차), 과일나라테마공원 → 16.6km 20분(승용차), 월류봉

△주변관광지= 국내 유일의 과일 테마공원인 과일나라테마공원은 7만7950㎡ 부지에 심은 포도, 사과, 배, 복숭아, 자두 등 제철과일을 수확하고 실내 학습관에서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우뚝 솟은 월류봉, 그리고 절벽을 휘감아 흐르는 초강천이 그림 같은 곳이다. 월류봉 광장에서 반야사에 이르는 월류봉 둘레길이 생겨 강물을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부산 감천문화마을
◇예술마을이 된 조선소 ‘부산 깡깡이 예술마을’

부산 영도구 대평동 옛 도선장. 이 주변은 일제강점기인 1912년 우리나라 최초 근대식 조선소가 들어선 곳으로, 지금도 조선 업체 12개가 운영 중이다. ‘깡깡이’라는 마을 이름은 아주머니들이 배의 녹슨 표면을 벗겨내는 망치질 소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2000년 이후 쇠락하던 마을은 2015년 문화예술형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예인선을 개조해 꾸민 선박 체험관, 옛 영도 도선의 이야기를 들으며 남항 일대를 둘러볼 수 있는 ‘깡깡이 유람선’, 방문객들이 시계, 장식품 등을 조립해 볼 수 있는 ‘깡깡이 마을 공작소’ 등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골목 곳곳에 자리한 조각품과 벽에 그려진 벽화도 볼거리다.

부산 감천문화마을


△여행코스 =깡깡이 예술마을 →감천문화마을→ 장림포구

△주변관광지= 감천문화마을은 6·25전쟁 피난민들이 모여 일군 삶의 터전. 산비탈을 따라 계단식으로 지어진 파스텔 톤의 집들과 미로 같은 정감있는 골목길 마을로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린다. 알록달록한 컨테이너 하우스가 늘어서 있는 ‘장림포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연상시키는 산책로 덕에 ‘부네치아’로 불린다.

◇여행팁=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가족과 함께 여행해 볼 수 있는 ‘추천 가볼만한 산업관광지 20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구축한 470여개 산업관광 시설 중에서 운영 프로그램의 매력도와 산업관광지 인지도, 주변 관광자원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했다. 경기도 수원의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 고양의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오산의 ‘아모레퍼시픽 스토리가든’, 안성의 ‘팜랜드’, 포천의 ‘산사원’. 강원도 강릉의 ‘하슬라아트월드’, 충북 영동의 ‘영동와인터널’, 충남 당진의 ‘신평 양조장’, 서천의 ‘한산모시관’, 전북 남원의 ‘옻칠공예관’, 완주의 ‘삼례문화예술촌’과 ‘대승한지마을’, 고창의 ‘상하농원’, 경북 포항의 ‘포스코 역사관’, 문경의 ‘문경 에코랄라’, 경남 합천의 ‘합천영상테마파크’, 서울 강남의 ‘SM 타운’, 부산 영도의 ‘깡깡이 예술마을’, 울산 울주의 ‘외고산 옹기마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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