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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 불응’ 허영인 SPC 회장 무리한 체포였을까[검찰 왜그래]

박정수 기자I 2024.04.06 09:09:09

네 차례 출석 불응에 체포 후 구속…法 "증거 인멸 염려"
SPC 두 차례 입장문…"무리한 체포에 방어권도 보장 않아"
"허영인, 다른 국민과 다르지 않아…출석 응했어야"
"정당한 사유는 아녔나?"…체포적부심 청구 않고 입장문만
구속 사유 황재복과 같아…"...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노동조합을 탈퇴하라고 강요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 SPC 회장이 결국 구속됐습니다. 특히 검찰의 수차례 출석 요구에도 허 회장은 이에 불응했고, 그나마 출석했던 날에는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1시간 만에 조사가 종료됐습니다. 지난달 18일, 19일, 21일, 이달 1일 총 네 차례 소환에 불응하자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허 회장을 긴급체포했습니다. 이후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허영인 SPC 그룹 회장. (사진=SPC)
이런 가운데 SPC 측은 입장문을 두 차례나 내고 “검찰이 무리하게 체포했다”, “검찰이 출석일 조정을 전혀 해주지 않았다”, “방어권도 보장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특히나 “검찰로부터 최초 출석 요구를 받고 중요한 사업상 일정으로 출석일 조정을 요청했으나 합당한 이유 없이 거절당했다”고 했고, “안타깝게도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은 반복되는 출석요구”라고 지적도 했습니다.

법조계는 이를 놓고 검찰의 긴급 체포와 구속영장이 SPC 주장대로 무리했다고 볼까요?

“허 회장은 다른 국민과 다른가요?”

SPC 측은 허 회장이 체포되고 입장문을 통해 “2024년 3월 1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제3부로부터 18일 오전 9시30분까지 출석하라는 최초의 요구를 받았으나, 파리바게뜨의 이탈리아 시장 진출을 위해 중요한 행사인 파스쿠찌사와의 MOU 체결을 앞두고 바쁜 상황이었기 때문에 위 행사가 끝나는 25일에 출석을 하겠으니 출석일을 일주일만 조정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그럼에도 검찰에서는 출석일 조정을 전혀 해주지 않았고 19일, 21일 연이어 출석 요구를 했으며 허 회장이 3회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고 했다”며 “국내에서 어렵게 잡은 협약식 일정을 앞둔 시점에 출석 요구를 했다”고 했습니다.

이를 놓고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허 회장은 조사 일정을 지정해서 나가고 싶은 날에 나갈 권리가 있느냐”며 “다른 국민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그는 “SPC 본사랑 중앙지검이 차로 20분 정도 거리”라며 “잠깐 들리지도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달 22일 구속기소된 황재복 SPC 대표이사로부터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명백한 혐의가 있는데 다른 국민의 경우 사업상 바쁘다고 이를 미룰 수 있느냐”며 “그룹 회장이라면 한 번 또는 두 번 정도는 미룰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든 일정을 조율해 성실히 조사에 임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SPC본사.(사진=뉴시스)
SPC 체포적부심 청구는 왜 안 했나

한편에서는 명백하게 무리한 체포였다면 SPC 측에서 구속영장 청구 전 체포적부심을 먼저 신청해 체포의 적법성을 다퉜어야 한다고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에 따르면 체포되거나 구속된 피의자 또는 그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나 가족, 동거인 또는 고용주는 관할법원에 체포 또는 구속의 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SPC의 입장문 내용대로라면 체포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며 “변호인이 체포적부심을 신청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영장에 의한 체포라고 할 때는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SPC 주장대로 이탈리아 시장 개척을 위한 행사와 악화된 건강 상태 등 이유가 있었다면 구속사유 유무와 무관하게 체포의 불법성을 다퉈볼 만 하다는 얘기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으면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SPC 측에서 체포적부심을 청구할 생각이 있었다면 체포 즉시에 신청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를 신청하지 않았다. 법원에서 주장할 정도의 출석 불응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성실히 출석했어도 구속 피할 수 없어”

만약 허 회장이 성실히 출석했더라도 구속영장 발부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 합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황 대표로부터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과 황 대표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보면 ‘증거인멸의 염려’”라며 “이미 그때부터 허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는 예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허 회장의 결단 없이 직무상 대표가 제빵기사들에게 노동조합 탈퇴를 강요하기란 쉽지 않다”며 “특히 황 대표는 수사관과 수사 정보 거래로 인한 뇌물공여 혐의도 받는다. 설사 허 회장이 조사에 성실히 응했어도 구속영장은 청구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 사유도 ‘증거인멸의 염려’로 황 대표와 같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체포의 긴급성이 있느냐 등을 다퉈볼 여지는 있을 것 같다”면서도 “앞서 체포영장이 위법했다면 구속영장 청구도 위법했을 텐데, 결국엔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실질심사에서 체포의 위법성 부분을 기각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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