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e터뷰]안정상 위원 “반복되는 IT정책에 답답해 책 썼다”

이후섭 기자I 2020.12.28 05:38:05

치밀한 액션플랜 마련해야…“강조해도 미흡”
AI 대학원 가르칠 교수 부족…현장 목소리 반영해야
선택과 집중 필요…“5G 우위에 디지털트윈, 블록체인 부상할 것"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정보통신·방송미디어 수석전문위원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린 `이데일리 IT컨버전스포럼(ECF 2020)` 좌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기존의 정책을 답습하거나 일부 변형된 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에만 치우쳐선 글로벌 디지털 경제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없지 않을까요?”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정보통신·방송미디어 수석전문위원은 2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해마다 비슷한 정책만 반복하기 보다 이제는 치밀한 액션 플랜과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부족한 점을 메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밀한 액션플랜 마련해야…“강조해도 미흡”

정부가 `한국판 뉴딜` 정책의 한 축으로 디지털 뉴딜을 발표하면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지난 총선이나 대선 때 공약과 유사한 IT 정책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 대한 지적이다.

여당 최고의 IT 정책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보여주기식 큰 그림을 그리기 보다 구체적인 정책 전략과 치밀한 액션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답답한 마음을 담은 책이 지난 10월 출간한 `코드명 KI-4.0`다. 대한민국이 세계 디지털 경제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부제처럼 대단히 방대하고 또 세밀하다.

안 위원은 “정부와 여당은 한몸인데 여당 수석전문윈원이 정책 제안서를 낸 건 전례 없는 일이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먼저 치고 나가는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가 이뤄지는데, 우리나라도 더이상 추격자 입장에 머물지 말고 퀀텀 점프를 통해 디지털 경제를 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들이 2배 투자할 때 우리는 4배를 투자해야 하고, 인력도 그만큼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AI 대학원엔 가르칠 교수 부족…현장 목소리 반영해야


책에서는 △IT 4.0 전략 △미디어 4.0 전략 △제조 4.0 전략 △융합 4.0 전략 등 4개의 차별화된 선도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기반으로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견인하도록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양자암호통신 등 분야에서 최고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소프트웨어(SW),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AI, 지능형반도체가 융·복합된 최상의 전략산업을 지원·육성하는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D.N.A 정책의 일환으로 인공지능 대학원을 신설하고 있지만, 정작 AI 관련 항목을 가르칠 교수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최근 SW 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임의 규정이 대다수고 강제 규정이 없다. 현재 11~12% 수준인 국산 SW 유지보수요율을 20%가 넘는 해외 수준으로 보장해주지 않으면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관된 정책 추진을 위해 최소한 SW·AI 분야에는 전문 공무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은 “한 분야만 깊게 파고들어 세계 ICT 흐름과 기술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캐치할 수 있는 전문 공무원이 필요하다”며 “보여주기식 정책에서 벗어나 과거 IT버블이 일어났던 시기처럼 디지털 뉴딜도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승화시키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택과 집중 필요…“5G 우위에 디지털트윈, 블록체인 부상할 것 ”

그는 한국이 `잘해 왔고, 잘할 수 있는` 영역을 기반으로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테면, 세계 최초·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는 5G 네트워크 같은 것 말이다.

안 위원은 “수많은 센서와 기기가 5G 네트워크에 연결되면 생산되고 전송되는 데이터의 양이 급증할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빅데이터·클라우드·AI 등 신기술들이 데이터의 활용도를 크게 높일 것”이라며 “이러한 데이터 경제의 토대 위에서 5G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등 새로운 산업들이 창출돼 4차 산업혁명의 생태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내년에도 5G 전국망 구축을 위한 이통사와 정부의 가열찬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취득비, 공사비를 포함한 5G 시설투자에 대한 통합투자세액공제를 우대하고,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5G 설비 투자에 대해서도 세액공제를 지속 적용한다고 발표했는데, 이통사의 5G 망 구축 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안 위원은 내년에는 디지털 트윈과 블록체인 기술 등도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공간에 실물과 동일한 환경을 AI·5G·IoT·가상시뮬레이션·3D모델링 등의 신기술을 활용해 유기적 연동이 가능하도록 구현하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와 투명성의 성질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경제에 `신뢰`라는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했다.

안 위원은 “디지털 트윈은 IoT·AI·빅데이터 등의 기술과 연결돼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발전해 잠재력이 크다”면서 “디지털화한 인프라에 대한 보안 문제가 부각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