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e갤러리] 말보단 헬륨풍선으로…필립 파레노 '말풍선'

오현주 기자I 2020.11.17 03:30:00

2015년 작
각본 있는 공간으로 전시장 꾸며 감각 전환 시도
관찰자보단 참여자인 관람객과 상호교류 시도해
오브제 말풍선으론 실현모호한 중단된 대화 암시

필립 파레노 ‘말풍선’(사진=갤러리바톤ⓒ로만 마츠)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짙은 자홍색 풍선이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그래봐야 풍선이겠거니 하다가도 범상치 않은 형체에 시선이 꽂히는데. 하나하나가 삐죽한 꼬리를 달고 있는 거다. 맞다. 말풍선이다. 알제리 출신 프랑스작가 필립 파레노(56)의 설치작품 ‘말풍선’(Speech Bubbles·2015).

파리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작가는 그림·조각·드로잉 등 미술영역은 물론 영화·영상·공연·음향 등 매체를 망라한 활동으로 유명하다. 전시장을 어느 사건이 펼쳐지는 각본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감각 전환을 시도하는 거다. 덕분에 관람객은 종종 관찰자보단 참여자가 되는데. 예기치 못한 상황을 체험하는 관람객과 상호교류하는 관계망 형성, 그게 작가의 의도다.

헬륨가스를 채운 풍선은 작가가 자주 데려다 놓는 소재. 굳이 말풍선이 아니어도 물고기 모양으로 공간을 부유하게도 한다. 말도 씌어 있지 않은 ‘말풍선’이지만 전하는 의미가 적잖다. 실현 여부를 알 수 없는 잠재적 혹은 중단된 대화를 암시한다고 하니, 역시 말보다는 풍선이다.

20일까지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갤러리바톤서 현대미술가 리암 길릭, 레베카 워렌, 마커스 암, 앤 콜리어, 토비아스 레베르거와 연 6인 기획전 ‘새천년이 얼마 지나지 않은’(A Little After The Millennium)에서 볼 수 있다. 팬데믹시대를 계기로 밀레니엄 20년을 돌아보며 ‘과연 미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자리로 기획했다. 자홍색 마일라 풍선·헬륨. 68×109×29㎝(각각). 작가 소장. 갤러리바톤 제공.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