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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꼬박 일기 쓴 창녕 9살 여아…학대 증거 나오나

장구슬 기자I 2020.06.15 07:39:26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경남 창녕 아동학대’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부모의 상습 학대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될 수 있는 피해 아동의 일기장을 확보했다. 피해 아동은 의붓아버지와 친부의 폭행에 시달리면서도 꼬박꼬박 일기를 써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 창녕 학대 피해 아동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 (사진=채널A 뉴스화면 캡처)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3일 의붓딸인 A양을 학대한 혐의로 계부 B(35)씨를 체포해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A양이 일기를 써온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B씨의 주거지에서 일기장을 확보했다.

A양은 부모와 한집에서 머무는 동안 일주일에 2~3일 정도 꾸준히 일기를 써 왔으며 경찰이 입수한 일기장은 여러 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일기장에 학대 사실을 입증할만한 내용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계부를 처벌하는 증거물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경찰 관계자는 “(일기 내용에 대해) 수사 상황이어서 말해 줄 수 없다”면서도 “일기장에 학대 사실을 기록했다면 학대 증거물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창녕경찰서는 지난 13일 오전 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그를 경찰서로 연행해 9시간이 넘도록 조사했다.

지난 4일 1차 소환조사에서는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던 계부는 이날 뒤늦게 학대 혐의에 대해서 일부 인정하며 “죄송하다. 선처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다만 정도가 심한 학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이르면 오늘(15일) 창원지법 밀양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짐심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B씨는 지난 11일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전날 다른 자녀들에 대한 법원의 임시보호명령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자해행위와 투신소동을 벌여 입원하는 바람에 늦춰졌다.

수년 전부터 조현병을 앓아 온 친모 C(27)씨는 B씨와 함께 자해 소동을 벌여 응급 입원돼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했다. 현재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정밀 진단을 받고 있으며, 2주 정도 행정입원을 거친 뒤 경찰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

이번 사건은 A양이 지난달 29일 오후 6시20분께 잠옷 차림으로 창녕 한 도로를 뛰어가다가 한 주민에 의해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A양은 부모의 학대를 피해 4층 빌라 베란다 난간을 통해 비어 있는 옆집으로 도망쳤다. 옆집 출입문을 통해 밖으로 나온 A양은 도로를 뛰어가다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양은 눈이 멍들고 손가락에는 화상으로 인해 물집이 잡혀 있는 등 심한 상처가 있었다. 손톱 일부가 빠져 있기도 했다.

경찰이 A양의 집을 압수수색한 결과 학대에 사용된 프라이팬, 쇠사슬, 플라스틱 재질 막대기 등이 발견됐다. 계부와 친모는 A양의 목을 쇠사슬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프라이팬에 손을 지지고,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을 이용해 발등과 발바닥도 지지는 등 학대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A양은 경남 한 병원에 입원한 지 2주 만에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해 아동쉼터로 옮겨졌다. A양은 법원의 임시보호명령에 따라 쉼터에서 보호받게 된다. 정식보호명령이 나오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성인이 되는 만 18세까지 기관에서 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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