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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알못 가이드]국회법이 명시한 6월 국회, 한국당 없인 못 여나?

유태환 기자I 2019.06.08 09:52:10

2·4·6·8 짝수달 임시회 국회법으로 명문화
하지만 의사일정 등 '교섭단체 협의' 규정
與野, 각종 '협의' 조항 '합의'로 해석 관례
文의장 측 역시 "與 단독소집 실효성 없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서울 강서구 마곡로 넥센중앙연구소 넥센그라운드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는 특유의 문화, 제도가 존재합니다. 정치 기사에도 어렵고 난해한 정치권 고유의 용어들이 비일비재합니다. 하지만 분량 제한 때문에, 때론 당연히 독자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설명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치를 알지 못하는 독자’도 쉽게 관련 기사를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정알못 가이드’를 연재합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6월 국회가 열려야 한다는 국회법 정신을 준수하려고 한다.”(이인영 원내대표)

“6월은 국회를 열도록 국회법에 규정되어 있다.”(박광온 최고위원)

“자유한국당은 국회법을 준수하기 위한 6월 국회에 즉각 임해야 한다.”(정춘숙 원내대변인)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한국당의 국회복귀를 압박하면서 최근 쏟아낸 발언들입니다. 민주당 말처럼 국회법에는 “2월·4월 및 6월 1일과 8월 16일에 임시회를 집회한다”는 명문 조항이 있습니다.

일하는 국회를 위해 짝수달 국회소집을 법으로 못 박아 놓은 겁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여권은 6월 국회를 열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일단 6월 국회를 열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범여권(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 정당이 148석이고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까지 감안하면 국회 내 과반의석수를 확보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민주당은 만지작거리던 6월 국회 단독소집요구도 7일 일단 보류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국회법 명문화와 과반 의석 확보에도 민주당이 6월 국회를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는 이유는 뭘까요? 마찬가지로 국회법 조항 때문입니다.

◇한국당 없이는 국회 소집해도 개점휴업

국회법은 각 교섭단체(20명 이상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 대표의원은 국회운영위원회 위원이 되도록 하고 있고, ‘본회의 개의일시 및 심의대상 안건’ 등 회기 전체 의사일정은 국회의장이 국회운영위원회와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의사일정을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인 원내대표와 협의하란 얘기입니다.

상임위원회 의사일정과 개회일시도 각 상임위원장이 상임위 간사와 협의해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상임위 간사 역시 교섭단체만 한 명씩을 둘 수 있습니다.

여야는 관례적으로 이런 ‘협의’ 조항을 사실상 ‘합의’로 해석해 국회를 운영해왔습니다. 국회의장의 본회의 법안 직권상정 요건 역시 천재지변이나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제외하고는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제1야당이자 3개 교섭단체 중 하나인 한국당의 동의 없이는 국회를 소집해봤자 본회의도 못 여는 개점휴업이 뻔한 이유입니다. 민주당이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에 반발해 장외투쟁을 시작한 한국당이 국회로 돌아오도록 끊임없이 협상하고 설득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월 국회, 민주당 반대로 본회의 못 열어

지난 1월에는 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이 소집을 요구해 1월 임시국회가 소집되긴 했지만, 교섭단체인 민주당이 “정쟁용 국회”라며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않아 단 한 차례도 본회의가 열리지 못했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 역시 이런 제반 상황을 고려해 한국당과 합의 없는 여권의 6월 국회 단독소집은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한국당을 향한 하나의 압박용 카드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문 의장 측은 “한국당과 의사일정 합의를 안 하면 아무 일도 못한다”면서 “여당의 6월 국회 단독소집은 실효성이 없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이인영 민주당·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간 합의 여부에 따라 6월 국회 개의 시점이 결정될 걸로 보입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주말 간 협상 타결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전망했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도 있는 만큼 조속한 국회정상화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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