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만날 수 있는 ‘두산아트랩 2020’은 앞으로의 공연예술계를 이끌어갈 젊은 창작자를 만날 수 있는, 공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눈여겨봐야 할 무대다. 공연계 비수기에 주제·내용·형식 등에서 다양한 시도를 한 작품을 무료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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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아트랩’은 만 40세 이하 젊은 예술가들에게 잠재력 있는 작품을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성기웅 연출), ‘목란언니’(김은성 작), ‘죽음과 소녀’(양손프로젝트) 등이 ‘두산아트랩’을 통해 탄생한 작품들이다.
올해는 정기공모를 통해 총 230여 팀의 지원자 중 서류심사와 인터뷰를 거쳐 선정한 6팀의 연극을 쇼케이스 형태로 선보인다. 서정완(작·연출), 김연주(작·연출), 글과무대(창작집단), 추태영(작·연출), 푸른수염(창작집단), 신진호(연출)가 그 주인공들이다.
최근 공연계가 꾸준히 다루고 있는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이 먼저 눈에 띈다. 김연주의 ‘양질의 단백질’(2월 6~7일), 푸른수염의 ‘뜻밖의 여자’(2월 27~29일)다. ‘양질의 단백질’은 여성 쌍둥이가 완벽히 안전하다고 믿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겪는 이야기로 여성의 삶과 성장을 다룬다. ‘뜻밖의 여자’는 여성 예술가로서 이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기존의 연출 형식을 허무는 실험도 만날 수 있다. 추태영의 ‘내 죽음을 기억하시나요’(2월 20~22일), 신진호의 ‘사이퍼스(Ciphers)-암호문’(3월 5~7일)이다. ‘내 죽음을 기억하시나요’는 배우들과의 공동창작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버바텀(verbatim) 형식의 작품이다. 르완다 대학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화해 과정을 취재한 실제 녹취록을 무대에 올린다. ‘사이퍼스-암호문’은 미니멀한 무대에서 시공간의 교차를 속도감 있게 보여주는 연출을 새롭게 선보인다.
앞서 공연을 마친 서정완의 ‘앵커’와 글과무대의 ‘이것은 실존과 생존과 이기에 대한 이야기’(2월 13~15일)는 각각 ‘가짜뉴스’와 ‘결혼’이라는 한국 사회의 첨예한 이슈를 무대 위로 끄집어낸다. ‘앵커’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모티브로 한국사회 속 언론의 역할을 질문한다. ‘이것은 실존과 생존과 이기에 대한 이야기’는 결혼 4년 만에 이혼을 한 두 남녀를 중심으로 결혼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관객과 함께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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