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솜방망이 처벌이 키운 공공기관 방만경영

최훈길 기자I 2020.08.12 05:00:00

“8월 결산 국회, 세금 낭비 공공기관 대책 나와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작년에 공공기관에 투입된 정부지원금은 75조3000억원에 달한다. 전년보다 6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정부지원금이 늘어났지만 공공기관 경영은 역주행을 했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도로교통공단은 사업비를 부동산 세금을 내는데 써버렸다. 작년에 재산세·종합부동산세로 쓴 사업비만 8억7000만원에 달한다. 한국임업진흥원은 사업비 3865만원을 행사비·경조사 화환비로 펑펑 썼다.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산림청, 경찰청 산하기관이 사업비를 부적절하게 집행해 적발됐다.

이들 공공기관들은 예산 지침을 버젓이 위반했다.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에 따르면 사업비를 행사 비용 등 공공기관 운영비로 쓰면 안 된다. 지난해 공공기관 경상운영비는 12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운영비로 부족했다면 행사비를 줄이는 등 지출 구조조정부터 하는 게 순리다. 그런데 이들 기관들은 사업비까지 헐어서 워크숍을 열고 화환을 샀다.

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규정을 위반하는 건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이다. 예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자체감사를 실시한 공공기관 324곳에서 1만6239명이 적발됐다. 하지만 이들 중 89.6%(1만4547명)는 가장 경미한 조치인 ‘주의’ 처분을 받았다. 일벌백계 없는 ‘무늬만 감사’였던 셈이다.

공공기관들이 허리띠를 풀고 방만경영을 하는 동안 경영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 부채는 525조1000억원에 달했다. 1년 새 21조4000억원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6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16년 15조4000억원을 찍은 뒤 3년 연속 감소한 결과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작년 9월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혁신을 강력 추진하는데 진력해 왔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예정처 보고서에서 ‘경영혁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예정처는 “공공기관 주무부처인 기재부가 철저하게 경영관리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18일 시작되는 결산 국회에서 부총리의 책임 있는 대책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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