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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마지막 K2전차 사업, 국산 변속기에 기회주자

김관용 기자I 2020.02.10 06: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 육군의 차세대 전차인 K2 흑표전차의 3차 양산 사업이 곧 시작된다. 최대 관심사는 그간 ‘성능미달’로 적용되지 못한 국산 변속기 탑재 여부다. 사실 K2 전차 개발 사업은 당초 각 체계들을 종합해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추진됐다. 하지만 체계 종합 개발 시작 이후 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도 국산화하자는 결정에 따라 2년 늦게 파워팩 개발이 시작됐다. K2 전차 사업 ‘잔혹사’의 시작이었다.

파워팩 요구성능은 1500마력급으로 9600㎞ 내구 주행 조건이다. 시속 32㎞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기준 시간도 8초 이내다. 처음부터 너무 높은 기준을 설정했던 것이다. 게다가 개발 목표 기간이 3년 내였다. 전차 강국인 독일도 1500마력급 파워팩을 만드는데 13년이나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과제였다. 시험평가 과정에서 중대 결함이 잇따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결국 1차 양산 사업에선 독일제 파워팩이 장착됐다.

이후 2차 양산 사업에서 국산 파워팩을 탑재하려 했지만, 내구도 시험과정 중 7110㎞에서 국산 변속기에 문제가 생겨 또 좌절됐다. 대신 국산 엔진에 독일제 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으로 2차 양산 분에 적용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내 작전 환경에서 9600㎞ 내구 주행 조건이 타당하냐는 논란이 일었다. 독일 기준을 그대로 가져온 요구성능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일제 변속기와 국산 변속기의 평가 기준이 달랐다. 독일제는 9600㎞ 테스트 중 일반 정비가 가능했지만, 국산은 허용되지 않았다. 단 한번의 정비 없이 험지 환경에서 7110㎞까지 견딘건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독일제는 해외에 전력화 됐다는 이유로 내구도 시험은 서류로 대체됐다.

사실상 마지막 물량인 3차 양산 사업에도 반영되지 못할 경우 국산 변속기는 사장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정부 및 업체 투자비와 재고액을 합친 1200억원은 물거품이 된다. 현 수준으로도 작전 투입이 가능하다면 국산 변속기에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사진=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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