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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지나니 일주일 남았네”…외부감사인 선임 발등에 불

이명철 기자I 2019.02.08 07:08:28

자산 2조 미만 상장사들 커트라인 14일 코앞으로
외감법 개정돼 기한 단축…“탁상행정 전형” 지적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올해 외부감사인을 선임하기 위한 상장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감사인 선임 기한이 대폭 줄어든 데다 설 연휴까지 포함되면서 데드라인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예년보다 일정은 짧아진 반면 규제 부담은 그대로여서 현장 분위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 감사인 선임 기한 4개월→45일로 단축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시행된 외감법 개정안에 따라 감사인 선임 기한이 종전 사업연도 개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서 45일 이내로 단축됐다. 12월 결산법인이라면 늦어도 오는 14일까지는 감사인을 선임해야 하는 것이다.

이중 사업연도말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 등으로 감사위원회를 의무로 설치해야 하는 상장사는 이미 지난해 말 감사인 선임을 완료했다. 또 감사인 선임 기간이 통상 3년이기 때문에 2017년이나 2018년 감사인과 계약을 맺은 곳은 올해 새로운 감사인과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다. 여기에서 제외된 기업들은 당장 올해 새로 감사인을 선임해야 한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콘텐츠기업 경영관리팀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감사인선임위를 구성해 감사인과 계약을 준비 중”이라며 “14일이 마감 시한인 점을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계약이 체결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감사인을 선임하는 절차는 늘어난 반면 설 연휴가 사흘간 포함되면서 실제 체감하는 기간은 더 짧아졌다는 전언이다.

지난해까지 감사인을 선임할 때 상장사는 감사인선임위원회를 구성하고 감사인을 선임해 감사의 승인을 받아 주주총회 등을 통해 보고하면 됐다. 올해부터는 감사가 평가기준과 경영진 준수사항을 문서화하고 감사인 후보를 대면평가토록 규정했다. 감사인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선임 주체가 경영진(회사)에서 감사(위원회)로 바뀌면서 절차가 좀 더 까다로워졌다.

정해진 기한 내 감사인을 선임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제재인 감사인 지정 조치를 받게 된다. 2017년만 해도 외부감사 대상기업 중 130여개가 감사인 지정 조치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외부감사를 꼼꼼하게 보는 지정 감사인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 “감사인선임위 구성하자마자 계약하는 꼴”

금융당국이 감사인 선임 기한을 줄인 이유는 감사인 독립성 제고를 위해서다. 이전처럼 12월 결산법인이 4월까지 감사인을 선임하면 감사인 계약과 감사보고서 제출 시기가 겹치면서 감사 업무를 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상장사들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감사위선임위 구성과 감사인 선임까지 일련의 과정들이 45일 이내 이뤄지기엔 촉박해 기한 단축을 미리 알고도 대비할 수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감사인 선임을 위한 위원회는 감사(1명), 사외이사(2명 이내), 기관투자자 임직원(1명), 주주(2명), 금융회사 임원(2명)으로 구성하게 된다. 이중 기관투자자와 주주의 경우 구성 요건이 ‘직전 사업연도말 기준 의결권 있는 주식을 가장 많이 소유한 기관투자자·주주’다. 가장 많은 주식을 소유한 주주를 보려면 주주명부를 봐야 하지만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은 주주명부 정리 작업을 거쳐 통상 1월 하순께 상장사들에게 지난해 말 기준 명단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1월말 주주명부를 보고 감사인선임위를 구성하고 회의를 연 후 감사인 대면평가를 거쳐 계약하기까지 시간이 모자라다는 것이다.

한 코스닥 장비기업 재무 담당자는 “감사인선임위 대상자를 구하지 못하면 예외 조건에 해당하는 다른 전문가 등을 섭외해야 하는데 이 또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며 “보통 2월은 돼야 감사인 선임에 나섰는데 올해는 설까지 끼면서 여유가 너무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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