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2014증시]박스피 탈출 실패…중소형주 두각

권소현 기자I 2014.12.31 08:00:00

올해 -%로 마감…국내 기관 매도전환
경기민감주 몰락…中 소비·지배구조개편·배당 화두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올해에도 ‘박스피’의 오명을 벗지는 못했다. 지난 7월 2090선을 넘어서면서 잠시 박스권 탈출의 꿈을 꾸기도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오히려 마이너스로 마무리한 해가 됐다.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원화 약세 등 국내외 거시경제 변수들이 대형 수출주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데다 바닥일 것만 같았던 기업 실적은 계속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면서 증시도 상승 동력을 찾지 못했다. 대형주의 힘이 약해진 가운데 그나마 중소형주가 선방하면서 박스권 하단을 지키는데 만족해야 했다.

◇지루한 박스권 연장..정책 효과도 무산

30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0.64% 하락한 1915.59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종가가 2011.34였으니 올 한해 4.76% 하락으로 마감한 셈이다.

상반기 지지부진했던 코스피지수는 하반기 들어 ‘초이노믹스’를 원동력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배당과 투자확대 유도, 부동산 정책에 이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까지 더해지면서 코스피지수는 2093선까지 올랐다. 이건희 회장 와병을 계기로 높아진 기업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과 중국 소비 수혜 등의 재료까지 더해지면서 대세상승이 시작됐다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일장춘몽이었다. 국회가 공전하면서 실망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뜸해졌고, 이 가운데 일본의 돈 풀기로 엔화가 약세가 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유럽 경기둔화 리스크로 시작해 유가 하락에 따른 러시아와 브라질 우려로 이어지는 등 대외 불안까지 불거지면서 수출주를 중심으로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12월 들어 코스피지수는 1880선대로 밀리기까지 했다.

글로벌 증시가 모두 부진했다면 그나마 위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고 중국과 일본 증시도 후강퉁, 아베노믹스 등의 정책 효과로 고공비행하면서 국내 증시의 부진은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주요 14개국 증시 가운데 한국은 러시아와 그리스에 이어 하위 3위를 기록했다. 벌써 2년째 글로벌 평균을 밑돌았다.

◇외국인 샀지만…소극적인 연기금·발 빼기 바빴던 은행·증권

외국인의 영향력은 여전했다. 올 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조8000억원 순매수해 작년 3조4000억원에 비해 매수 규모를 키웠다. 다만, 주요 국가들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했다는 점을 감안할때 외국인이 한국에 적극 투자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주로 미국 등 선진국과 정책 기대감이 있는 중국으로 향했다.

국내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은 주로 매도 주체로 활동했다.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이어지면서 투신권은 올해에도 1조원 넘게 팔았고 은행권과 금융투자(증권)도 자기매매 등을 줄이면서 주식 정리하기에 바빴다.

주가가 떨어질때마다 매수에 나서면서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연기금은 올해 한발 물러나 있었다. 작년 10조원 넘었던 순매수 규모가 올해에는 5조원대로 뚝 떨어진 것. 개인투자자들도 3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에서 기관 영향력이 축소된 점은 안타깝다”며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는 증시 여건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단기 실적에만 의미를 두는 분위기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대형주 빈자리 메꾼 중소형주

전통적으로 저평가를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졌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도 통하지 않았다. PBR 1배를 한참 밑돌아도 실적개선 기미가 없다면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 때문에 경기민감주들이 소외되는 동안 중소형주가 선전하면서 그 빈자리를 메꿨다. 유가증권시장 소형주지수는 올 한해 21.2% 급등했고 코스닥지수는 540선을 넘으면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외풍에 그나마 덜 흔들린다는 점에서 우량 중소형주들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은 것이다. 실제 실적에 대한 기대치에도 차이가 났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올 초 대비 연말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대형주는 22.7% 하향조정된 반면 중형주는 21%, 소형주는 11.8% 낮아지는데 그쳤다.

올 한해 배당이 화두로 부상하면서 고배당주가 주목받았고 기업 지배구조 관련주와 중국 소비수혜주도 올해의 주인공으로 꼽을만 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수석 연구원은 “올해 중후장대 업종의 부진이 뚜렷했던 반면 중국 수요개선에 최경환 경제팀의 내수 살리기 기대 효과가 더해진 내수 업종이 신고가 랠리를 이어갔다”며 “중소형주의 소외 탈출과 건설, 은행, 증권 등 트로이카 종목군이 주가 재평가도 특징적”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