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에서는 검찰권을 남용하다시피한 수사가 이뤄지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수사 속도 조절로 힘을 뺀다. 같은 문재인 정부 검찰에서 벌어지는 촌극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바란 ‘검찰개혁’이란 이런 모습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이제 이 두 인사가 링 위로 올랐다. 추 장관이 지난 24일 윤 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면서 직무정지 명령을 내리고, 윤 총장이 이에 명령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집행정지 신청으로 맞서면서 정면 대결이 성사됐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두 인사가 같은 하늘을 이고 있을 수 없는 상황까지 된 셈이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문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청와대의 설명은 ‘각종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번 사안이 법적 다툼으로 비화된 가운데 문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언급을 하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게 된다는 우려다.
다만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지난 1년 가까이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문 대통령은 이를 방관해왔다. 심지어 윤 총장이 국회 법사위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기를 지키라’라는 전언을 들었다고까지 공개했는데도 청와대는 침묵했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방송으로 중계된 ‘검사와의 대화’에서 “지금 검찰지도부 그대로 두고 몇 달 가자는 말씀이신데 그 점은 제가 용납 못하겠다”라는 말로 사실상 자신에게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했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금 벌어지는 모든 혼란은 대통령이 명확한 말을 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해서 생긴 것”이라며 “직접 나서서 정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내달 2일로 예정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결정 이후 문 대통령이 나설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다. 추 장관이 징계위의 결정을 제청하면 문 대통령이 이를 집행해야기 때문이다. 그 때까지도 문 대통령이 침묵을 유지하면서 국론 분열을 지켜만 보고 있을지 스스로의 인사에 대한 책임감을 드러낼지 문 대통령의 입장 발표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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