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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철인3종협회는 지난 6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7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법무법인 우일 안영주 변호사는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고 최숙현 선수가 남긴 진술과 다른 피해자들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며 “징계 혐의자의 혐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 선수를 폭행하고 괴롭힌 또다른 당사자인 ‘팀닥터’ 안주현씨는 이번 스포츠공정위원회 징계대상에서 빠졌다. 대한철인3종협회 소속 인물이 아니다보니 규정상 징계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팀닥터로 불린 안 씨는 사실 정식 팀닥터도 아니었다. 의사 면허는 커녕 물리치료사 자격증도 없는 무자격자였다.
그럼에도 주장인 장윤정이 병원에서 개인적으로 물리치료를 받은 인연이 발전해 경주시청팀 팀닥터로 자리했고 팀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과의 개인적 인연도 크게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공개한 최 선수 동료의 진술서를 보면 안 씨가 저지른 만행은 가관이다.
이미 알려진대로 최 선수에게 가한 일상적인 폭행은 말할 것도 ‘뺨을 2대 때린 뒤 뽀뽀를 했다’ 등의 성추행도 서슴치 않았다. 심지어 여성 선수들만 머무는 숙소에 술을 들고 찾아와 선수들을 불렀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지훈련 기간엔 선수들을 자기 하인처럼 부려먹고 막 대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선수들은 “운동처방사에 불과한 팀닥터가 치료를 이유로 신체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며 “최 선수에겐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고 겁박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다른 가해자인 김 감독과 선배 선수들은 협회 차원의 징계라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가장 중심되는 인물은 안 씨는 어떤 제재도 없는 상태. 문화체육관광부나 대한체육회도 “안 씨에 대해선 아는 정보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안 씨가 저지른 죄악을 가려내는 방법은 스포츠 관련 기관이 아닌 사법기관의 엄정한 수사 뿐이다. 경주시체육회는 일단 오는 8일이나 9일쯤 안 씨를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안 씨는 이미 최 선수에 의해 김 감독, 선배 선수 2명과 함께 검찰에 고소된 상태다.
상식 밖의 폭력과 가혹행위로 최 선수를 극단으로 몰아놓은 안 씨에게 응당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