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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신도시 카나자와…회춘 위한 그들의 생존전략은?

정다슬 기자I 2020.02.25 06:00:00

70년대 경제성장기에 지어진 카나자와 씨사이드 타운
베드타운으로 고령화, 인구유출 이뤄져
컴팩트시티 '무엇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이해관계 조정 어려워
지역주체가 마을 관리하는 에리어 매니지먼트 실험 中

△카나자와 씨사이드 타운[사진제공=나미키랩]
[일본 도쿄·요코하마 =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일본 요코하마시 최남단, 해안을 따라 조성된 ‘카나자와 씨사이드 타운’. 일본 경제가 고속 성장하던 1960~1970년대, 늘어나는 주택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바다를 메워 조성한 계획도시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 마키 후미히코씨가 도시 설계 단계에서부터 관여해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유지하면서 쾌적한 주거환경도 마련한 우수 사례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카나자와 씨사이드 타운은 마을 한가운데 있는 수변공간과 녹음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다.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으로 거주 기간이 10년 이상인 주민들이 55%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름다운 풍경과 달리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재 카나자와 씨사이드 타운의 사정은 복잡하다. 2017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고령화율)은 34.3%로 요코하마시 평균(23.8%)을 훌쩍 넘어섰다.

5년 사이 고령화율이 11.4%포인트 상승했다. 거주민은 나이가 들어가고 이 곳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고향을 떠난 결과다. 2012년만 하더라도 2만 2960명이었던 인구는 5년 사이 1904명 줄었다. 세대 수도 감소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도시. 이것이 바로 카나자와 씨사이드 타운이 직면한 현실이다. 그리고 이는 일본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인구절벽에 선 日정부 도시기능 유지에 초점

인구절벽에 맞닥트린 일본정부는 10년 전부터 도시 기능을 집약시켜 인구 밀도를 유지하는 컴팩트시티(Compact City)정책을 추진해 왔다.도시 공동화로 도심부가 슬럼화하는 것을 막고 도시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2006년 도시계획법 및 중심시가지활성화법을 개정해 콤팩트시티를 조성하는 지자체에 교부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에 나섰고 2014년에는 도시재생특별조치법 등의 개정을 통해 콤팩트시티를 국가적 추진 과제로 설정했다.

특히 지자체에 ‘입지적정화’(立地適正化) 계획을 세워 어디를 집중적으로 개발(도시기능유도지역)하고, 사람들을 어디에 살도록 할 것(거주유도지역)인지 정하도록 했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2019년 7월 시점으로 272개의 지자체가 입지적정화 계획을 세웠고 205개 지자체가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콤팩트시티 정책이 성공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조차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콤팩트시티를 만들기 위해 일본 정부가 활용하는 방법은 보조금, 세제 혜택, 용적률 완화 등 규제 완화다. 개발을 통해 사람들이 모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실제 각 지자체가 지역 사정에 맞는 개발 계획을 세우면서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고도 평가된다.

문제는 개발을 이뤄지는데 억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입지조정계획에 따르면 ‘시가화조정지역’은 개발이 제한되지만, 이는 강제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땅값이 싼 시가화조정지역은 개발이 이뤄지기 쉽고, 인구 감소 시대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인 지자체로서는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딜레마가 있다. 즉, 도심과 교외 모두 개발이 이뤄지면서 도시와 사람을 집약한다는 본래 목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우토 마사아키 도쿄도시대학 교수는 “실제 입지적정화 계획을 보면 구체적으로 어떤 곳에 도심 기능을 집약하고 사람들을 유도할 것인지 내용이 애매하다”며 “선을 긋는 순간, 선 밖으로 나간 사람들은 재산상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 확장기에는 모두가 이익을 얻지만, 수축기에는 누군가 손해를 보지 않으면 안된다. 누가 이를 정할 것이며 누가 보상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일본 요코하마 카나자와 씨사이드 타운을 ‘에리어 매니지먼트’를 통해 재생하려고 하는 아시타타운 프로젝트. [사진=아시타타운 프로젝트 홈페이지]
◇“지역주체가 스스로 결정한다” 에리어 매니지먼트

이해갈등의 조정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시기, 카나자와 씨사이드 타운에서는 지역 주체들이 스스로 이를 결정하기 위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2013년부터 카자나와 씨사이드타운의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온 니시나카 마사히코 요코하마시립대학 교수는 ‘에리어 매니지먼트’(Area Management)를 제안한다.

그가 몸담고 있는 요코하마시립대학은 6년 전 정부지원을 계기로 카나자와 씨사이드 타운 재생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대학의 독자적인 학술활동은 마을을 재생하려는 주민단체와 인연을 맺으면서 지역커뮤니티로 확장됐고 이어 요코하마시 등 지자체의 지원이 이어졌다. 여기에 카나자와 씨사이드 타운에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기업 역시 취지에 공감하면서 민·학·산·관이 참여하는 ‘아시타(내일) 타운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이날 그와 만난 나미키랩은 지난해 7일 오픈한 아시타타운 프로젝트의 행동거점이다.

이처럼 지역주체들이 중심이 돼 도시를 가꾸어 나간다는 에리어 매니지먼트에서 일본은 이미 도쿄 마루노우치, 롯본기힐즈 등 여러 성공사례를 선보인바 있다.

그러나 이들 상업·업무지역과 달리 주거지역은 이해관계가 많고 분산돼 있어 지역주체들을 모으려는 시도조차 힘겨운 상황이다. 지난 6년간의 성과라고 한다면 제한적이나마 이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모였고, 이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혼잡한 대중교통을 시달리지 않고도 육아와 일을 다닐 수 있는 일자리를 원하고 있으며 지역기업들은 일손이 부족한 시기, 지역주민이 이곳에서 일자리를 찾길 바란다. 상업시설이나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시설 운영자 역시 마을 재생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나카니시 교수는 카나자와 씨사이드 타운의 재생을 위한 핵심키워드로 ‘용도와 세대의 혼합’을 꼽았다. 주거지역에도 상업과 업무기능을 넣는 것이다. 이 역시 콤팩트시티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일본이 인구 감소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지는 10년이 되지 않았다. 이전에는 인구가 줄어든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실감하지 못했다”라면서도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일하는 방식, 육아, 도시의 형태 모든 것이 바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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