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여인’ 박소빈 작가, 베이징서 활약 “마음으로 소통”

신정은 기자I 2022.04.15 08:00:00

박소빈 작가, 중국서 '수수' 프로젝트 합류
'사드' 등 어려움 속 12년 중국 생활 이어가
"드로잉 예술세계 고집…많은 한국인 진출하길"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어떤 나라든 작가의 세계관을 이해한다면 언어와 관계없이 마음이 통하는 것 같습니다. 정해진 곳은 없습니다. 자신만의 열정과 기술이 있다면 기회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박소빈 작가가 14일 베이징 작업실에서 새 작품인 <새로운 여성 신화탄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정은 특파원
연필 하나로 ‘용과 여인의 사랑’을 그려온 박소빈 작가는 14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개인작업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중국에서 7명의 작가들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캐릭터를 만드는 일은 처음이라 고민했지만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해 승낙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최근 중국의 대표 행위예술가인 허윈창 등 8명의 예술가들과 ‘수수’(SUSU)라는 캐릭터 상품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합류했다. 수수는 유럽 중세시대에 긴 치마를 잘랐던 당당한 여성을 형상화한 캐릭터로, 지난달 출시 이틀 만에 판매량 124만건을 돌파하고 중국 레몬차 브랜드 ‘닝지’와 컬레버레이션을 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 작가는 2006년 광주시립미술관 입주작가로 국내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첫 뉴욕 전시에서 국제적인 큐레이터 탈리아 브라초포울로스와 인연을 맺고 2009년 뉴욕 브루클린의 보스 스튜디오에 입주하면서 세계무대로 뻗어 나갔다. 중국에서의 작품활동은 2011년부터 시작했다. 2017년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 금일(今日·진르)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기도 했다. 그는 중국 전역 뿐 아니라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전시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로 중국 생활 11년째를 맞는 그는 금일미술관의 전시전이 가장 뜻깊으면서도 힘들었던 기억이었다고 회상했다. 사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한중관계가 악화했고, 조수미 등 한국 예술가의 중국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던 때였다.

지난 2017년 베이징 금일미술관에서 열린 박소빈 작가 개인전에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금일미술관
박 작가는 “중국 진출 6년 만에 금일미술관의 본관에서 한국인 화가 중 처음으로 개인전을 가졌다는 건 큰 행운이지만 한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대부분 공연이 취소됐고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후원을 약속했던 2곳의 중국 기업도 갑작스레 계약을 취소해 전시 자체가 무산될 뻔 했다”고 회상했다.

박 작가는 당시 예산 부족에도 미국에서 기획자들이 이코노미석을 타고 중국으로 와 전시를 추진했고, 주중한국문화원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시 기간인 49일동안 직접 17m 도화지에 ‘부석사 설화-용의 무한한 변화’라는 작품을 완성하는 긍지를 보여줬다.

그는 “정말 포기하고 싶던 순간도 있지만 내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정말 감사했다”며 “외국에 나오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던데 한국인 작가로 더욱 책임을 갖고 작가생활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허베이미술대학의 초빙교수로 임용돼 중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한 그는 같은 대학 초대전에서 한국문화원과 함께 한국 문화를 알리는 행사도 진행했다.

박 작가는 중국 등 해외로 진출하길 희망하는 한국 화가들에게 “단순히 외국에서 한번 전시를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많은 작가들과 만나면서 경계 없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계화 속에 정보가 넘치지만 대중문화가 아닌 예술가라는 직업은 소통이 어렵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예술 세계를 고집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게 마음이 통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박 작가는 “시대에 따라 가는 게 아니라 근본을 추구하는 드로잉 작품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소빈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중국 캐릭터 ‘수수’와 컬래버레이션 하는 작품의 도면을 살펴보고 있다. 이 상품은 7월 정식 출시 예정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