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개미’ 이끈 코스닥 900선 터치…"뉴딜 타고 더 간다"

김윤지 기자I 2020.09.17 05:05:00

2018년 4월 이후 종가 900 진입 앞두고 공방
거세진 개인 매수, 코스피보다 가파른 회복세
시총 순위도 급변…개인 따라 변하는 주도株
“리스크 존재하지만 상승 여력 남아”

[이데일리 김윤지 권효중 기자] 코스닥 지수가 약 2년 5개월만에 900선을 터치했다. 정부가 나서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이끈 지난 2018년과 달리 이번엔 넘치는 유동성으로 동학개미가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올해 코스닥시장에서만 약 12조4000억원을 순매수해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 속 실질적인 ‘주도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코스피지수가 주요국 20개국중 상승률 2위에 올랐지만, 코스닥은 코스피에 비해 2배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중이다. 코스닥은 900을 뚫고 어디까지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900선 진입’ 앞두고 공방…“추가 상승여력 충분”


1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18포인트(-0.35%) 내린 896.28에 마감했다. 지난 10일부터 이어진 오름세는 닷새만에 멈췄지만, 901선에서 시작해 한때 905까지 치솟았다. 장중 900선을 넘은 것은 2018년 4월 18일(906.06)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이는 현지시간 15~16일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공개를 앞두고 관망세 속에서 쏟아진 차익 실현 매물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간 정부 정책과 개인의 수급으로 지수가 올라왔지만, 기대감만으로 올랐다는 불안감과 FOMC 경계감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의 영향으로 조정이 있었다”면서 “미국 대선, 대형 IT 기업들의 청문회 보고서 공개 등 변수가 남아 있다”고 짚었다.

추가적인 상승 여력은 열려있다는 게 중론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세계와 비교하면 여전히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라며 “개인 투자자들의 대기 자금이 많고, 부동산이나 해외 주식 등이 마땅한 투자처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 조정은 있겠지만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한국판 뉴딜 정책이 활성화하면 IT와 바이오 종목이 다수 포진된 코스닥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고 연말 들어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면 추가 반등도 가능할 것”이라며 “한국판 뉴딜의 직접 집행은 내년으로, 그만큼 펀더멘털에 입각한 장기 투자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큰 손 ‘동학개미’, 올해 코스닥만 12.4조 순매수

코스닥 지수가 2018년 미중 무역 분쟁 이전 수준까지 올라온 데는 ‘동학 개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개인은 연초이후 이날까지 12조377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6조9231억원, 2조2192억원 각각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개인들은 코스닥 지수가 400대까지 폭락한 지난 3월에만 2986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이후에도 매달 1조원이 넘게 코스닥 종목을 사들였다. 덕분에 지난 3월 19일 기록한 연중 저점(428.35)와 현재를 비교하면 109%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약 67% 상승했다. 코스닥지수가 2배 가까이 더 오른 것이다.

거래대금 역시 올 들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월 5조4346억원이던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3월 8조원대로 증가했다. 5월에는 10조원대까지 늘어나 코스피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9억9574억원)을 추월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14조원대까지 올라온 이후 이달 또 늘어나 현재(1~16일 기준)까지 평균 15조1717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에 비하면 코스닥 거래대금이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개인들 ‘러브콜’에 코스닥도 ‘BBIG’

개인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성장주’에 집중했다. 진단키트와 치료제 관련, 기술수출 등을 통해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준 바이오, ‘언택트’ 시대 엔터테인먼트를 주도할 게임·콘텐츠 종목이 강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순위 역시 함께 요동쳤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1~10위를 구성하던 종목과 16일 1~10위를 차지한 종목을 비교하면 4개(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에이치엘비(028300), CJ ENM(035760), 케이엠더블유(032500))만이 일치한다.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를 제외하면, 나머지 3종목 모두 순위가 떨어지며 새로운 종목들에 자리를 내줬다.

연초 시가총액이 약 8112억원, 순위로는 41위에 불과했던 씨젠(096530)은 현재 시가총액 6조8445억원으로 8배 넘게 불어나 2위를 꿰찼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꾸준히 올라오며 ‘진단키트 대장주’로 시장에 자리 잡았다. 셀트리온제약(068760) 역시 19위에서 현재 6위까지 올라온 상태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계획을 밝힌 셀트리온(068270)과 묶여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알테오젠(196170) 역시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인 ‘하이브로자임(피하주사 제형 변형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잇따라 대규모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시가총액 순위가 27위에서 3위로 급등했다. 이달 10일 상장한 카카오게임즈(293490)가 시가총액 순위 5위에 올랐다. 개인들은 상장일인 지난 10일 이후 현재까지 3658억원이 넘는 카카오게임즈의 주식을 홀로 사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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