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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영 "러시아의 삶 깃든 드라마, 첼로에 녹였죠"

윤종성 기자I 2020.07.02 06:00:00

[첼리스트 임희영 인터뷰]
음악가 생활, 힘든 기억 99%지만
좋은 연주· 음반 나올 땐 '큰 기쁨'
재능기부 통해 사회공헌 더 하고파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첼리스트 임희영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음악을 시작한 뒤 좋은 기억은 거의 없고, 힘든 기억이 99%예요. 늘 ‘나와의 싸움’이었고, 불안하고 좌절했죠. 하지만 무대에서 제가 원하는 연주를 해냈을 때, 좋은 음반이 나왔을 때 느끼는 기쁨이 너무 커요. 이 맛에 첼로에서 손을 떼지 못합니다.(하하)”

최근 ‘러시안 첼로 소나타’ 앨범을 발표한 첼리스트 임희영(33)은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앨범은 2018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발표했던 ‘프랑스 첼로 협주곡’에 이은 두 번째 정규 앨범으로, 한층 깊어진 음악성을 보여주고 있다.

앨범은 러시아 작곡가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로 기획됐다. 그는 “데뷔 앨범을 세련되고 우아한 프랑스 음악으로 구성했다면, 두 번째 앨범은 러시아 음악의 풍부한 감정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감정이 풍부한 작품으로는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를 꼽았다. “러시아의 거대한 스케일과 삶이 담긴 하나의 드라마를 표현하려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1998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입학한 임희영은 그해 이화경향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금호영재로 발탁되는 등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낸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2009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의 워싱턴 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소란틴 국제콩쿠르 현악 부문 1위, 미국 시카고 바넷 첼로콩쿠르 1위, 폴란드 루토슬라브스키 국제첼로콩쿠르 3위 등 다수의 국제콩쿠르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2016년에는 100년 역사의 세계적인 명문 악단인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동양인 첫 첼로 수석으로 활동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임희영은 “날마다 첼로와 씨름하다가 취업한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왜 이렇게 사나’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던 시기”라며 “당시 로테르담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였던 야닉 네제-세갱을 보고 악단에 들어가 함께 연주하고 싶어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했다”고 웃었다.

현재 중국 최고의 음악원인 베이징 중앙 음악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임희영은 코로나19로 인해 요즘 중국 학생들과 화상플랫폼 ‘줌(ZOOM)’으로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틈틈이 문화외교 자선단체인 ‘뷰티풀마인드’가 시각·발달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는 무료 마스터클래스도 참여하고 있다. 임희영은 “(무료 마스터클래스는) 첫 첼로 선생님이었던 배일환 이화여대 교수의 소개로 2017년부터 시작한 일”이라면서 “앞으로도 재능 기부를 통해 사회에 더 공헌할 수 있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임희영은 이번에 발표한 앨범과 지상레슨북의 수익금 전액을 뷰티풀마인드에 기부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계획이다. 취미는 요리. 유학과 해외 활동 등으로 2007년부터 자취 생활을 하며 자연스레 요리가 몸에 익었다는 그는 ‘프랑스식 장조림’인 비프 부르기뇽(Beef Bourguignon)을 가장 잘하는 요리로 꼽았다.

하반기 추가로 앨범을 발표할 계획을 갖고 있는 임희영은 앞으로 후학(後學) 양성에 더 힘쓰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모리스 장드롱, 앙드레 나바라. 피에르 푸르니에 등 당대 최고의 첼리스트들이 그랬던 것처럼 후대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첼리스트 임희영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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