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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부자들, 똘똘한 상권인 '익선동·을지로' 몰려든다"

정두리 기자I 2020.01.30 06:00:00

상권투자 성패, 연속성·대응성·동선에 갈려
구도심의 저층 주택가나 골목길가 트렌드
"특색있는 점포 6곳 이상 있는 곳 잡아라"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최근 대출 및 세제를 중심으로 주거형 부동산에 대한 정부의 억제책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택시장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로 상가, 오피스텔, 오피스 등 수익형 부동산에 유동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경기불황 우려와 공실(빈 사무실) 증가 등으로 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몸살을 앓고 있긴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의 ‘2019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9 월말 기준 11.5%를 기록하며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3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 용지가 과잉 공급된 데다 고분양가가 비싼 임대료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권강수 상가의 신 대표가 29일 서울 중구 한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상권 투자, 연속성·대응성·동선 파악해야”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2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현재 수익형 부동산이 높은 공실률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입지조건과 배후수요에 따른 상권분석이 확실하다면 안정적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년 넘게 부동산·창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권 대표는 상가 투자 시 무엇보다 ‘목’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가는 자리가 70%를 좌우한다고 할 만큼 좋은 목을 잡는 게 포인트”라면서 “상권의 디테일한 차이를 아는 것이 수익형 부동산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했다.

우선 권 대표는 좋은 상권의 조건으로 점포들이 마주보고 있는 ‘대응성’과 연이어져 있는 ‘연속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로변이 뒷골목에 비해 상권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대응성이 낮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골목의 라인은 넓은 것보다도 좁은 게 인구가 몰리는 데 유리하다”면서 “골목의 폭 간격은 6m 이내가 좋다”라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연속성과 대응성을 적절하게 갖춘 지역으로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서울 익선동과 을지로를 지목했다. 권 대표는 “익선동, 을지로는 연속성·대응성을 갖췄을 뿐 아니라 정비사업을 통해 새롭게 탈바꿈되고 있어 향후의 상권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높아졌다”면서 “현재는 다소 침체된 구도심 상권이라도 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관광·문화복합사업 등이 활발히 진행중이라면 미래가치를 보고 상가 투자에 나설 만 하다”고 조언했다.

동선도 중요하다. 특히 출근 동선보다는 퇴근 동선 상에 위치한 점포가 유동인구 확보나 수익성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는 게 권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주변에 공터가 있는 상가는 오히려 비추천했다. 공터는 동선을 제약시켜 상권의 흐름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동선은 길면 길수록 배후수요층이 두껍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상가를 기점으로 동선은 500m는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권강수 상가의 신 대표가 29일 서울 중구 한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특색있는 점포 6곳은 ‘필수’

상가 투자 시에는 주변 환경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권 대표는 “업종이 비슷한 점포가 한 두 곳은 겹쳐도 되지만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는 곳이 투자하기에 적합하다“면서 “프랜차이즈 업체가 아닌 수제빵집이나 수제맥주집 등 개성있는 개인 매장이 최소 6개 이상은 있어야 상가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국적인 개성을 갖춘 골목으로 변모한 샤로수길(서울대입구역) 상권이 대표적이다. 권 대표는 “최근 유행하는 상권은 강남, 명동 같은 도심이 아닌 구도심의 저층 주택가나 좁은 골목길”이라면서 “샤로수길은 골목길을 따라 규모는 작지만 이국적인 독특한 가게 40여 개가 나란히 늘어서 있다”고 말했다.

지형도 좌시해선 안 되는 부분이다. 권 대표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하향 지향적 상권 이용 행태를 나타낸다”면서 “만약 언덕과 언덕 아래쪽에 상권이 동시에 형성돼 있다면 언덕 중간에 사는 사람은 언덕 아래쪽 상권을 이용할 확률이 훨씬 높다. 동일한 조건이라면 저지대의 평탄한, 마치 물이 고인 듯 점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을 택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끝으로 권 대표는 “최근 상업용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당장 시장 전체의 활황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라면서 “소비경기가 위축된 점을 감안해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 대출비중 조절 등에서 보수적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권강수 대표는…△1971년 경북 영덕 출생 △케라인포스 대표(현재) △트라이콘 대표(현재) △상업용부동산 플랫폼 ‘상가의신’ 대표(현재)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문위원(전) △한국소상공인컨설팅협회 부동산분과 위원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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